시장자본주의의 핵심논리는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기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자연조정이 되는 만큼, 즉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므로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자본주의는 그 반대의 개념이다. 즉 개인과 기업이 이기적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개념이다.

고려대 윤성식 교수가 19일 ‘시장자본주의 대안으로서의 불교자본주의’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발제를 한다는 소식에 열린논단이 개최되는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윤 교수는 막스 베버가 기독교적 윤리가 자본주의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했지만, 불교는 기독교나 유교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시장과 자본에 친화적이고 재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자를 허용함은 물론 금융업을 장려하고 있는 만큼 불교에서 시장자본주의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교가 재물과 무관하며 청빈과 무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사상으로 시장과 자본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없는 종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주창하는 불교자본주의는 시장자본주의의 장점을 살리면서 결함을 교정하는 대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며, 불교자본주의에 의해 시장자본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날 연기자본주의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했다. 재물로 인한 고통은 인간의 무명, 정치제도, 경제체계, 사회문화제도, 자연환경 등 많은 인과 연이 결합되어 생겨나고 증폭되고 완화되고 또 사라지는 연생연멸의 과정이라고 전제한 윤 교수는 “연기자본주의는 수행하는 공동체를 통해 불교자본주의의 이상을 실현하지만 수행만으로 재물로 인한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재물에 관한 타인과의 갈등, 시장자본주의의 결함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기자본주의의 근본원칙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불교경제윤리의 근본원칙을 ‘경제문제에 대해서 신구의 삼업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정의하고, 모든 경제의사 결정과 행위는 정념, 즉 깨어있음에서 이뤄져야 하며, 정견에 근거해야 하고, 경제적 거래는 동등하고 공존적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경제행위는 중도적이어야 한다며, 중도적 경제행위는 분수에 맞는 경제행위와 적정한 경제행위라고 정리했다. 윤 교수는 이어 불교적 경제행위는 중도적 경제행위에서 더 나아가 자리이타적(절제와 근면) 경제행위→자비의 경제행위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기자본주의의 작동원칙을 수행하는 구성원, 개인과 기업의 역량과 윤리의 강화, 연기자본주의 윤리의 자기조절 능력, 시장결함의 사전예방과 진화적 방법에 의한 대응, 시장과 정부 및 시민사회의 연기, 궁극적으로 복지국가의 지향이라고 밝힌 윤 교수는 불교의 가르침에 귀명한 불자는 복지국가를 외면할 수 없으며, 부처님께서도 너무나 많은 곳에서 복지국가를 언급하셨고, 불교를 알면 알수록 복지국가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쩌면 북구라파의 복지국가 유형이 불교자본주의의 방향이 아닌가 한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그리스발 위기에서 보듯 이미 우리가 사는 현대는 국가안의 과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시장과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 윤 교수는 또한 불교는 자연을 보존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과 나란히 가야한다며,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시장자본주의는 정부와 시장, 시민단체와 다른국가의 정부와 시장 등 세계적 차원, 중중무진의 연기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꾀해야 하고, 자연의 보존을 넘어선 발전, 공정한 몫을 갖는 자본주의, 공존하는 경쟁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의 이같은 발제에 대해 참석자들은 “유교자본주의에서 보듯이 윤 교수의 주장이 시장자본주의의 대안이기보다는 그저 몇 가지 윤리적 보탬에 지나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막스베버가 주장처럼 자본주의에 기독교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지만, 우리는 그것을 기독교자본주의라고 부르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에 불교를 앞세우는 것은 불교의 보편성을 제약하는 것은 아닌가?”, “윤 교수의 주장대로 불교적 개념을 반영한 자본주의라면 그것은 수정보완의 차원을 넘어 시장자본주의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자리이타적 경제행위를 말씀하셨지만, 현실에서는 자리이타는 공허하고 외려 자리손타(自利損他)가 비일비재하다. 공허한 주장이 아닌가?”, “주장에 동의하고 긍정하지만,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것 같다. 주장한 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해주셨으면 한다.”, “시장자본주의와 불교자본주의를 대치해 논리를 전개하다보니 마치 ‘시장=악, 불교=선’의 등식이 성립되는 느낌이다”, “협동조합 구성이라든지, 지역통화제도 등의 구체적인 불교자본주의의 모델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다양한 견해가 도출됐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다양하고 신선한 지적에 대해 감사를 표명하고, 더 깊고 넓은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불교자본주의란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자본주의라는 의미, 보편성을 제약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시장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불교적 힌트를 제공하겠다는 것, 자본주의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므로 시장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논문에서 제시한 자리이타적 경제행위는 자리이타적 소유와 소비에 국한한 개념”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