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과 원효학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한구)가 주최하는 제1회 원효학술상 교수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5월 14일 다보빌딩 3층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원효대사의 사유 논리와 한국의 정신적 상황’을 주제로 하는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원효대사의 철학을 지공무사(至公無私)한 대승적 사상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인들이 직면한 내부와 외부의 역경을 어떻게 원효철학으로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다.
김형효 교수는 “학문적으로 무르익지 못한 제가 한국철학사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가장 빼어난 스승인 원효대사의 이름으로 제1회 학술상을 받게 되어 한편으로는 대단히 송구스럽고 또 한편으로 무한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가 지금 얼마나 커다란 안팎의 문제에 처해있는지를 짚으며, 원효사상을 통해 무엇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펼쳤다.
김 교수는 “원효의 사유논리는 인간이 유위적으로 창안한 지성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이 우주의 실상을 인간에게 알려주는 무위적 자연의 존재방식”이라며 “그 자연적 존재방식은 인간에게 무애한 자유와 차이를 즐기는 평등과 다툼의 갈등이 없는 화평의 사회적 존재방식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원효대사가 살았던 7세기 한국은 삼국이 서로 통일을 위하여 전쟁을 불사하던 시대이었는데, 원효대사의 사상 속에는 각국이 자기동일성의 고집을 포기하기를 종용하는 사유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강연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정신적 상황은 날카로운 비수를 감춘 자객들의 심리현상과 유사하다. (많은 이들이) 이를 흑백의 개념적 대결로 명분화하는데, 흑백은 기호적 차이로 이해햐야지, 개념적 모순의 선악대결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것은 철학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고 우리를 안타깝게도 후진으로 묶어두는 저주스러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저런 단순무식하고 광란하는 세력에 대하여 원효대사의 사상이나 철학의 사유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남한 내부에서나마 각각의 입장 차이가 잠정적인 인연의 상관적 차이로 인식되어야지, 영구한 적대관계의 투쟁으로 여겨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보다 솔직히 이해관계의 명세서를 세상에 제출하여 도덕적 논리적 선악과 진위의 명분으로 자기를 각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나라가 이해관계로 다툴 때는 타협이 가능하나, 선악과 진위로 생사를 거는 싸움이 일어날 때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의 총체적 투쟁밖에는 있을 수 없다”며 “우리는 감정적으로 덜 흥분하면서 보다 더 솔직해지자”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한편 이날 대한불교진흥원과 원효학술상 운영위원회는 교수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김형효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와 강사부문 대상 홍성기 교수(아주대 특임교수), 학생부문 안환기 대학원생(서울대 박사과정)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역저『원효의 대승철학』으로 선정돼 상금 2,000만 원을 받았으며, 홍성기 아주대학교 특임교수는『불교와 분석철학: 분석불교의 모색』으로 선정돼 상금 500만 원을, 안환기(安煥基) 서울대 종교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논문「유식불교 ‘법신’ 개념의 심리학적 의미(융의 ‘자기(self)’와 『섭대승론』의 법신 개념을 중심으로)」로 선정, 상금 250만원을 받았다.
원효학술상 운영위원회 위원장 이한구 교수는 “불교학을 전공하는 인재양성이 필요에 따라 2009년 여름 이 상을 제정했고, 불교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우리 시대의 언어로 설명하는 작업 즉 ‘불교의 현대화’와 현대에 영향력 있는 사상과 관점에서 불교를 이해하고 이들을 비교하는 ‘불교의 세계화’라는 측면에 역점을 두고 1회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민병천 이사장은 “21세기는 20세기 못지 않게 혼도의 사회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서양에서는 인간의 영성으로 돌아가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불교적인 가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역사에서 원효대사라는 인물은 혼돈의 시대를 극복하고 당대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불교를 전한 위대한 인물이며,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학문 발전에 큰 기여를 해주실 분들을 양성하기 위해 이 상 제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민 이사장은 이어 “오늘 수상하신 분들이 앞으로도 우리 불교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주시길 바라 마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원효학술상은 불교사상의 현대적 조명과 한국철학의 세계화를 주도할 인재를 발굴하여 한국철학이 세계 철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09년 8월 제정한 상이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의 정신적 상황은 좁은 땅에 비하여 상당히 복잡하다. 왕고집으로 자기동일성을 헛되이 주장하는 지연(地緣), 이데올로기적인 좌우익의 이념대립, 종교적인 자기절대성의 배타적인 아집, 구시대적인 계급의식의 옹고집 등이 나라를 갈기갈기 갈라놓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것은 한국을 세계 일류 모범국을 향하여 항해하는 것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공무사(至公無私)의 대승사상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 김 교수는 “우리의 정신적 상황을 선악의 투쟁으로 보지 말고, 구체적 우선순위의 번호 매기기처럼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비판은 북한 정권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우리는 철학적으로 우리를 아주 불행하고 하고 후진적으로 만드는 명백한 정신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그것은 극단적으로 단세포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식하게 자기동일성으로 단단히 돌처럼 무장된 북한의 테러리즘적 행동방식이다. 그것은 타자와의 공동 존재를 도무지 형성할 수 없는 야만적 폭력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저렇게 광란하는 야만적 폭력 세력과 상관적 차이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오직 철통같은 경계로써 힘의 우위를 늘 확보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