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경(寫經)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경전시회가 부처님오신날과 초조대장경 사성 1000년을 기념해 열린다.

제5회 한국사경연구회원전으로 한국사경연구회(회장 외길 김경호)가 주최해 열리는 이번 사경전은 ‘三淸, 三無 수행의 예술적 승화, 寫經- 그 영롱한 법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5월 15일(토)부터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울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다.

참여 작가 101명, 출품작품수 3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전시회이며, 출품작품의 내용도 전통사경 계승작품과 현대사경 창작품을 두루 아울렀다.

전통사경작품은 권자본, 절첩본, 선장본 등 전통사경의 기본 장정양식을 총 망라했으며, 묵서, 금니, 은니, 경면주사 등과 주묵, 채묵, 청묵, 물감, 천연재료 등 전통사경의 기본 서사재료를 고루 사용했다. 사경지(종이)도 백지, 감지, 홍지, 자지, 흑지 등에 비단, 서각, 석각 등을 합친 전통사경의 기본 바탕지 총 망라했다.

작품의 내용은 전통사경의 기본인 불경, 변상도, 사성기 장엄, 표지 장엄 등과 함께 성경, 사서삼경, 도덕경 등도 선보인다. 현대 사경작품은 액자, 족자, 병풍 등의 형식을 취했다.

이번 전시회를 총 지휘하는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은 “전통사경의 계승선상에 있는 작품들과 현대적인 창작품이 함께 전시됨으로써 현대 한국사경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특히 20여 점이라는 소수의 작품이지만 전통 불교사경 학습의 바탕 위에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인 성경사경이 여러 점 출품돼 종교간의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이후 성경사경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초조대장경 사성시작 1000년 되는 해의 초파일을 기념하는 전시”이며 “사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행법 중의 하나이고 그 결과물로 탄생한 법사리는 三淸 三無 수행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가장 값진 정신세계의 결정체, 예술의 정화임을 홍보하는 전시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고려말 국왕 발원의 금자대장경과 은자대장경의 사성, 元나라의 요구로 민천사에서 승속 300명이 모여 대장경을 사성한 이후 약 700년 만의 대규모 전시라는 역사적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같은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고려 말(13C 말) 충렬왕 때부터 원나라에 100명의 사경승이 여러 차례에 파견된 것에 견주어 회원 100명이 참여(101명 중 외길 김경호는 지도교수로서 찬조출품)한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사경 변상도가 30점 가량 출품될 예정(금니, 은니, 주묵, 먹)이고, 전시작품의 총 글자 수는 대략 40만 자 정도에 이른다. 탑다라니, 만다라, 불화와 연계된 작품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안휘준(安輝濬)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와 관련 “우리나라 미술문화재 분야들 가운데 세계 최고의 범주에 드는 것 중의 하나가 사경 및 변상도”라며 “고려시대에 들어 최고의 경지로 발전했던 사경은 금속활자와 발명과 조선시대 억불숭유정책으로 그 명맥만을 근근히 이어오다가, 현대에 들어 외길 김경호가 그 일을 스스로 떠맡아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면서 복원과 새로운 발전의 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또 “고려의 초조대장경이 판각되기 시작한지 천 년째인 금년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며 “금년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약 100명의 회원들이 최선을 다해 제작한 300점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은 따라서 한국 사경사에 한 획을 긋는 큰 대회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전시회 관련 문의; 외길 김경호 (010-4207-7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