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사찰 해제를 위한 여섯 번째 법회가 4월 18일 오전 11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렸다. 명진 스님은 이 날도 가사를 걸치지 않고 법회에 참석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예상대로 명진 스님은 안상수 의원의 거짓말을 다시 한번 문제 삼았으며, 유인촌 장관의 강압적 행정, 전여옥 의원의 책 표절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또한 조계사에서 열린 4대강 수륙재를 방해한 조계종 총무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 “지난번에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해 사과를 하겠다”며 “자승원장이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한 발언은 힐튼 호텔이 아니라 롯데호텔”이라며 “시기도 후보시절이 아닌 그 1년전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스님의 이날 법문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빚대어 볼 때 4대강 사업, 거짓말, 강압적 정치가 얼마나 비난 받을만한 짓인지, 무엇이 진정한 법정 스님의 추모정신인지를 생각해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명진 스님의 법문내용을 전한다 -편집자주
서해바다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해 숨져간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한 어린 장병들의 영혼이 부처님의 가피속에 편안하게 영면에 드실 것을 불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빕니다. 그리고 애간장 끊어질 것 같은 슬픔 속에서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꿋꿋하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 하시길 봉은사 전 대중과 함께 기도합니다.
어제는 조계사에서 열리는 4대강 개발 반대를 위한 수륙대재에 잠깐 참석했습니다. 주최측에서 오지 말아달라고 그토록 당부를 하고, 총무원에서는 봉은사 주지가 오면 셔터문을 다 내려버리겠다고 사정을 하다시피 반대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신도들과 함께 총무원에 쳐들어갈까 걱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1000일기도를 하는 중에는 신도들이 어디에 갈 때마다 나도 가야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도도 끝이 났고 신도가 600명이 가는데 주지가 안가는게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 신도들에게 얼굴만 보여주고 주최측에 부담을 줄까 싶어 중간에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땡볕에서 세시간 앉아서 고생들 하셨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봉은사 신도들이 얼마나 질서 정연했는지, 군인들을 방불케 했다고 칭찬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제가 안상수 의원을 만나러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한다고 하자, 절대 오지 말라는 간청이 있어서 가질 못했습니다. 가더라도 또 (안 의원이) 행방불명이 될까봐 부처님의 자비의 죽비를 내리칠 기회를 기피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안상수 의원은 기피 전문의원이 될까 깊이 염려가 됩니다.
오늘 정문 앞에 들어오시면서 플래카드 붙인 것 ‘거짓말을 하지 말자’라는 글귀 다들 보셨죠. 이 말 누구한테 하는지도 알겠죠?
안상수 의원은 더 이상 거짓말로 모르쇠 하지 말고 자승 총무원장과 무슨 말을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자승 원장도 대답을 해야 합니다.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는 제가 절대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모든 죄는 거짓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도둑질을 하다 사람에게 들키면 그 입을 막으려고 강도가 되고 살인도 저지르게 됩니다.
거짓말은 열가지 악(惡) 중에 하나로 들어갑니다. 말로 짓는 죄 중에는 또 네 가지가 있는데, 망어, 기어, 악구, 양설(妄語, 綺語, 惡口, 兩舌) 이 네 가지입니다. 저는 지금 악구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데 양설죄는 저에게 해당이 안됩니다. 이런 거짓말이 어떤 과보를 받게 될 지는 <지도론>이라는 경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제가 승가의 승려답지 못하게 남을 비방하는 것은 내가 지옥을 가더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남을 지옥에 보내려면 내가 먼저 지옥을 가야합니다. 그것이 지장보살의 자비입니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하기 전에는 결코 나 또한 열반에 들지 않겠다는 대원력을 세웠습니다. 지장보살은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저는 지옥 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정부와 종단을 비방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설사 지옥불에 들어가서라도 잘못된 것은 고치겠다는 대원력이라고 믿어주십시오.
거짓말을 하고도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간다면, 누군가는 이 사회를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짓말하는 것들을 외면하고 모른척 하다보면 그 더러운 물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들어옵니다. 공업중생으로서 똑같은 업의 대가를 나도 받게 됨을 신도님들 명심하시고 거짓말 하지 않겠다는 원력을 반드시 세우시길 바랍니다.
봉은사 직영문제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것에 대해 저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아름다운 정신이 시비와 절집 안 싸움의 모습으로 가려지는 것 같아 항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법정 스님의 열반으로 인한 불교의 좋은 이미지가 가려지고, 명진이가 나서서 혼탁한 싸움판으로 몰고 간다는 비난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생전에 법정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최고의 종교는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천주교도 아니다. 최고의 종교는 친절이다.”
우리 모두는 생명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생명활동이 무엇이냐 숨 쉬는 것입니다. 숨쉬는것이 멎으면 생명도 멎고 맙니다. 그런데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자기 몸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그 원리가 바로 약육강식의 원리입니다.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먹음으로써 윤회의 고리가 연결되고 연결됩니다. 우리 인간도 약육강식이라는 업보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법정 스님의 ‘친절이 최고의 종교’라는 말씀 속에는 약육강식의 야만적 힘의 논리, 힘이 있으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논리에 대한 대칭의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친절은 진실과 존중, 배려를 기반으로 합니다. 강한 자가 약자에게, 돈 있는 자, 권력이 큰 자가 돈 없고 힘 없는 이들에게 베푸는 것을 친절이라고 합니다.
힘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고, 남의 것을 뺏을 수 있는 힘도 갖고 있으며,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뒤집어 엎어서,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에게 베푸는, 우리세상을 바로 잡는 것이 친절의 모습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이야기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친절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형성하라는 것입니다.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친절의 범위를 넘어서 사바세계 일체 중생에 그 친절을 베푼다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함이 들어 있습니다.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만들어진 이 몸뚱이에 잠시 머물다 언젠가는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도량의 진달래도 이제는 툭툭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몸뚱이도,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도 이르고 늦은 것만 있을 뿐 죽음 앞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 생각을 한다면 우리가 이 순간 어떻게, 무엇으로,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자연의 순리 앞에서 겸손할 것을 가르치고, 다른 존재와 더불어 함께 공존하는 방법 설한 것이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입니다.
부처님의 전생담 중에는 부처님이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일화가 등장합니다. 이는 무상하고 공한 이치 속에 중생의 무게는 똑같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친절과 배려, 존중, 진실이라는 고귀한 가치 때문에 인간은 다른 짐승들과 구별이 됩니다. 제 욕망만 채우려는 야수성을 타이르고 꾸짖어, 고귀함을 탐하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어야만 종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어제 조계사에서 열린 수륙대재에서 조계종 호법부 직원들이 불교 자주화를 부르짖는 이들의 플래카드 찢고 이들의 시위를 저지하고 반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마전에는 호법부의 비구니와 비구가 무전기와 망원경을 들고 멀리서 봉은사를 지켜보다가 봉은사 직원에게 걸려 황급히 쫓겨나가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때 찍힌 차번호 사진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무슨 자기네가 007 제임스 본드입니까. 여기, 법회도 사찰도 모두 공개하는데 도대체 왜 망원경을 들고 옵니까. 눈깔이 병신입니까. 기가 막힌 현실입니다. 4대강 수륙대재를 하는데, 총무원에 지방에서 못올라 오도록 전국에 전화했다고 합니다.
법정 스님이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현장을 보셨다면 편히 눈감지 못했을 것입니다. 스님은 4대강 사업을 땅덩어리에 대한 범죄라 부르짖었습니다.
남한강에는 멸종위기의 여러 희귀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발업자들이 그 희귀동물들 포크레인으로 파서 다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처참하게 이 산하가 일그러지고 피눈물 흘리고 있는지를 여러분도 두 눈으로 독똑히 확인해보십시오. 희귀식물 서식지를 없애야 편하게 공사할 수 있습니다. ‘피해가 될 바에야 차라리 없애자’ 이런 잔인한 행위가 강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존재에 대한 친절, 인간을 넘어선 일체중생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맑고 편안한 언어로 풀어냈던 법정 스님이 이 꼴을 보셨다면 어떠셨을까요.
얼마 뒤에 법정 스님의 49재가 열리는데, 법정 스님 추모는 제사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우리가 꾸짖고 뜻을 함께 하는 것이 그분의 뜻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사회곳곳 처처에서 일어나는 권위적 행태들, 법에 의지해서 시행했다는 여러 문제들이 도처에서 파열음이 되어 일어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소통은 권위적 위압으로, 배려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의 강조로 탈바꿈해 강압적인 자기 의지만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야만적 행태가 정치권과 종단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봉은사 문제도 법적 절차를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당성에 대한 설명도, 이해도 없이 시행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문화예술단체 기관장들을 무지하게 바꾸고, 갖은 협박과 공갈이 아니면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 사람들을 내쫓아내 무리한 마찰을 일으켰던 분이 유인촌 장관입니다. 얼마전에는 김윤수 전 현대미술관장의 해임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 나와 망신을 당했죠. 반말 찍찍하면서 찍지마 XX야 라고 소리지르는, 이게 어떻게 장관입니까. 하는 짓이 정말 ‘장관’입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도 해임 무효판결이 나왔지요. 나참, 주지만 아니면 꼴값을 떠는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뻔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는 정상적 절차를 밟았다”, 이 소리만 합니다. 무언가 딱 입력된 것만 들어가면 대가리가 굳어서 좌파다라는 말만 되뇌입니다.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갈려고 하는지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기식대로 보고, 모든 물의를 일으키면서 (해임을) 해놓으면 법원판결에서 지고 또 지고…이것은 국가존립의 문제입니다. 위험천만한 사고를 가진 것이 지금 정치의 현실입니다.
남의 논문을 자기 것으로 표절하고, 남의 책 통째로 베껴놓고 법원 판결까지 받아놓고도 지금까지 국회에 버젓이 앉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에 이름 끝에 옥자 들어가는 분 있으시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못하는 일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살인의 절차가 아무리 정당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1970년대에 벌어진 인혁당 사건 아시죠. 간첩단 사건으로 몰아 8명을 사형 집행한 유명한 사건입니다. 이때 법원 판결이 난 지 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는데, 세계 모든 언론들이 사법살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무죄판결 나서 유가족들이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혐의가 어떠했던지를 떠나 역사가 지난 다음에 무죄판결 받은 것이죠. 법적 절차에 의해 살인했는데 잘못됐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합니까. 죽은 사람이 살아납니까. 돈으로 풀어집니까.
이권으로 회유하고, 밀실에서 밀통하고 야합하고, 호텔에 모여앉아 밥 먹어가며 야합하며 이루어진 일을 결코 정당하다고 말하면 안됩니다.
법정 스님은 이런 권위주의적 상명하복 행태에 대해 비판하셨고, 이에 대해 쓰신 글이 남아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광장의 대화가 없다. 밀실에서의 끼리끼리 수근거림만 있을 뿐 (중략) 인간 상호간의 이해간 횡적인 대화가 끊어진지 오래되었다. 뿌리없는 소문 얼마나 나돌고 있는가.”
어떤 이들은 “선방수좌가 훌쩍 떠나면 되지”라고 하고, 혹자는 “부처님 말씀 전하면 되지 저렇게 정치권 비판할 필요가 뭐가 있나”라고 합니다.
그런 비난 많은 것을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따라 살아야 할 스님이 부자절 주지 더 하려고 악을 쓰고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이런 비판도 수도 없이 받았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수행자라면 사바세계에 대해 일체 관심 끊어야 한다고 배운 것 같습니다. 이는 내가 법정 스님에게 배운 바와는 정반대의 이야기입니다.
법정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불국토란 순간순간 살아가는 현실이라고, 지금 살아가는 사회가 바로 불국토라고. 현실 사회가 이상적 정토라면 우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정화하는 것이 우리 불교도들에게 주어진 소임이라고 하셨습니다.
안상수 의원의 거짓말이 세상에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안상수 의원의 부조리에 대해 침묵한채 목탁이나 치고 염불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지, 내게 비난하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난날 부패정권을 옹호하고 정권 지지선언이나 하고 다니던 자유당 말기의 우리 종단의 스님들과 뭐 그리 다르겠습니까.
얼마전 안상수 의원의 ‘말조심’이라고 적힌 수첩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3월 31일 대통령을 만난 내용을 메모한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섯 개의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천안함에 대한 지시사항을 받아적은 그 밑에 4번에 “봉은사 사건은 신경쓰지...” 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뒷부분은 손가락으로 가려져 보이질 않았죠.
아마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그것이었나 봅니다. 이런 대목을 보면서 분노, 허탈감, 이런 것이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자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이념적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한 비판을 소리, 봉은사 신도의 목소리, 일요일마다 1500명 2000명씩 모여서 하는 이야기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봉은사 따위는 무시해버리라니. 게다가 그 바로 밑에는 “사태 끝나고 술 한잔”이라고 써있었습니다.
천안함으로 인해 온나라 비통함에 빠져있는 이 시점에 봉은사 문제는 계륵이겠죠. 명진이 저거는 잡아갈 수도 없고, 예전 같으면 남산에서 뒤지게 패주기라고 한텐데…그냥 끝나고 술한잔 하자.
지난주에 이동관 수석에게 자신 있으면 고발하라고 그랬죠. 그 자리 배석했던 사람들이 세명인데, 지금 모두 압박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다고 해서 진실은 숨겨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부조리함을 목격하면서도 가만히 있어야 불제자입니까. 불교가 이렇게까지 무시당할 때 눈감고 돌아앉아 산중에서 도만 닦는 것이 그것이 승려의 도리입니까 여러분!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자리, 이 순간이 불국토가 돼야지. 어디 가서 불국토를 찾습니까. 중생의 슬픔, 중생의 눈물이 있는 곳이 불국토가 돼야 하는 것이다.
진실과 신뢰로서 거친 파도를 헤쳐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지금 이 자리 이 현실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또 저는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한 발 한 발 모진 바람이 불어와도 어떤 고통 있거나 시련이 있어도 갈 것임을 여러분 앞에 다짐합니다.
저는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한 가지 해서 오늘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분께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지난번 법회 때 제가 “자승 원장이 힐튼호텔에서 이명박 후보와 선거기간 중 만찬을 하면서 건배사를 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날 저녁 조계종 대변인 기획실장 원담이라는 이름으로 반박의 성명이 나왔습니다.
원담 스님은 “자승 스님이 지난 선거기간 중에 이명박 후보를 만난 사실도 없고 힐튼 호텔 자체에 간일 없고 어떤 자리에서도 건배사 한일이 없다. 명진 스님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으며, 이에 대해 경악 금치 못한다.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명진 스님은 이같은 발언 의 이유와 근거에 대해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자승 원장 힐튼호텔에 안갔다는 것, 사실 맞습니다. 4월 30일까지 일체 비방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제가 잘못 전달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잘못 됐다고 밝히겠습니다.
힐튼 호텔이 아니고 롯데 호텔입니다. 훨씬 더 좋은 롯데인데 힐튼이라고 했으므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그것도 선거기간이 아니라 선거 1년 전인 12월 20일. 한나라당 조모 의원과 고대 법대 나와 이 대통령과 동문인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이 동석을 했습니다. 그 외의 분들은 제가 확실히 파악 안됐으므로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둘은 자승원장과 함께 모든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호텔 이름만 바꾼 것을 제가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수영도 좋아하고 스노보드, 산악자전거, 등산도 좋아합니다. 지리산에서 추풍령 밑에까지 백두대간을 돌기도 했습니다. 주지만 아니면 더 늙기 전에 하고 싶은 것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봉은사 주지를 맡은 이유는 94년 개혁종단을 이루어내면서 불교가 사바세계와 중생들에게 이익이 되게 하고 부처님 정법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봉은사 들어오게 된 후 1000일간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금생에 안왔다고 생각하면 1000일쯤 안나가는 것은 별일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제 핸드폰에는 차 엎어진 사진이 있습니다. 2-3m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거꾸로 뒤집어졌는데 저는 어디 긁힌데 하나 없이 기어 나왔습니다.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걸 빌미로 이곳저곳 스님들한테 돈을 거두기는 했습니다.(웃음)
이번 한 생 안왔다고 생각하면 내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냐. 항상 이런 각오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루고자 했던 부처님의 정법을 이 땅에 꽃피우게 하는 것, 꼭 이루어지게 할 것입니다.
사람은 아프면 처음에 약을 쓰고 그래도 안되면 주사를 맞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합니다. 만약 봉은사가 바라는 대로 안되면 내가 피를 묻히고 고름을 묻히더라도 그동안 제가 알고 있었던 종단의 모든 부조리, 불합리, 권력과의 야합을 다 공개해 배를 가르겠습니다.
(조계종이) 부처님 법이라는 탈을 쓴 이해집단으로 전락하도록 놔둘 수 없습니다. 온몸을 다 던져 한발한발 앞으로 나갈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합니다.
제가 정말 봉은사에 욕심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자승 원장과 직영이라도 좋다며 타협을 했겠지요. 저는 그렇게 비굴한 짓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제3자가 바라보는 봉은사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합니다. 그래서 몇몇 종단의 양심적 분들을 모셔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까 하는데, 혹시라도 종단에서 불이익을 줄까 모두들 안나오는 사태는 설마 벌어지지 않겠지요. 봉은사 법회, 다음주에도 당당하고 맑고 환한 기운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