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모두 나와 한 뿌리요, 만물은 모두 나와 한 몸입니다.”<벽암록>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불교계의 목소리가 4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울려퍼졌다.

이날 오후 3시, 조계사 경내에는 전 교육원장 청화 스님, 백양사주지 시몽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불교환경연대 수경 스님(여강선원장),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정토회 법륜 스님, 광주불교환경연대 대표 법일 스님 등 스님 1천 여명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진표 민주당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후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에코붓다 유정길 대표, 윤준하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 문화연대 황평우 위원장 등 사부대중 1만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온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가 열렸다.

김선우 시인의 ‘사랑의 성립’이라는 시가 시인의 낭낭한 목청으로 낭송될 때, 참석한 사부대중들은 지긋이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다. ‘부디, 부디 두려움을 배우라’는 시인의 절규가 터져 나오는 대목에선 주먹을 불끈 쥐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주최측은 4대강 생명살림수륙대재 동참 사부대중 이름으로 이날 발표된 고불문을 통해 “부처님 몸, 부처님 도량이 깃든 강을 지키고 가꾸고 빛나게 하는 일은 정법불교를 우리 시대에 구현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대비원력의 보살행”이라며 “이 서원의 걸음이 큰 물결을 이루어 생명의 강이 오늘과 내일의 아픔과 희망을 모두 품어 안고 자유로이 흐를 수 있기를 기원하오니 제불조사님은 가피하시고, 호법성중은 옹호하소서”라고 고했다.

이어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대회사에서 “자연은 삶의 동반자이며, 든든한 울타리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탐욕과 이기심으로 삶의 터전이었던 자연을 언제부터인가 개발의 도구로만 여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보선 스님은 또 “강에서 숨쉬는 수많은 생명과 물따라 흐르지 못해 머무는 수많은 넋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며 “4대강을 살리는 사업이라면 우리는 더 바라보아야 하고, 더 귀를 기울여야 하며, 우리와 함께 흐르도록 껴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동희 스님은 회심곡 연주를 통해 “위기처한 4대강아 다시보자 남한강아 어쩔거나 낙동강아 금강금강 영산강아”라며 4대강 이름을 차례로 부른 뒤 “민족젖줄 죽이면서 국민우롱 자손우롱 북악산은 귀를 막고 여의도는 허둥지둥 청와대는 귀머거리 소통불통 독불장군 금수강산 망가지네 4대강이 죽어가네”라며 조소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수경 스님의 닫는 말 연설이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수경 스님은 먼저 천암함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수경 스님은 “4대강 개발 현장은 전쟁터와 같다, 아니 전쟁터다. 국민을 상대로 국토를 상대로 이 테러를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테러는 국민과, 국토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한 수경 스님은 “자연의 신성에 대한 도전은 역사를 지우는 일이요, 국토를 죽이는 일이며, 누구도 이명박 정권에 이런 권한을 준 바가 없다”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 스님은 또 “4대강 사업은 법을 어기고, 국민 절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사업”이라며 “따라서 4대강 사업을 ‘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명박의 난’으로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수경 스님은 “지금과 같은 4대강 개발은 항구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의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하고 생명의 강 살리기에 동참하는 모든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남한강 여강선원을 필두로 4대강 지역에 법당을 개원하고 매주 수륙재 봉행하며 중단을 촉구하며 △전국 주요사찰에 4대강 개발 중단 현수막 설치 및 서명운동 전개 △소욕지족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청규를 제안, 생명살림에 대한 불자들의 의지를 모아낼 것 등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