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와 도선사를 직영사찰로 승격하고 선본사(갓바위)를 특별분담사찰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조계종 총무원은 3일 종무회의를 통해 현재 특별분담사찰인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명진 스님)와 삼각산 도선사(주지 선묵 스님)를 총무원 직영사찰로 변경하는 안을 중앙종회에 상정키로 결의했다. 대신 현재 직영사찰인 팔공산 선본사(재산관리인 향적 스님)는 특별분담사찰로 전환키로 했다.

총무원은 선본사의 특별분담사찰로의 전환에 대해 직할교구가 아님에도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직영사찰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종무행정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봉은사와 도선사의 직영사찰 변경은 선본사의 전환으로 발생하는 재정수입의 감소를 보완하고 총무원장이 당연직 본사주지를 겸하는 직할교구인 점과 봉은사와 도선사의 수행·포교역할 증대를 위함이다.

총무원의 이같은 방침은 중앙종회의 승인을 받아야 시행이 가능하다.

직영사찰·특별분담사찰의 지정과 해제는 <직영사찰법>과 <특별분담사찰법>에 의거해 종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중앙종회의 승인으로 총무원장이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직영사찰과 특별분담사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계산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종무행정의 효율성을 꾀하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만큼 중앙종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 반발은 예상하고 있으나 종단적 대의에 반대하는 종도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직영사찰과 특별분담사찰의 차이는 재정분담율, 주지, 주지임기 등 크게 3가지다. 재정분담율은 특별분담사찰 보다 직영사찰의 요율이 더 높고, 주지는 직영사찰의 경우 총무원장이 당연직이지만 특별분담사찰은 주지를 총무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주지임기는 직영사찰은 재산관리인이어서 임기가 따로 정해지지 않으며, 특별분담사찰의 경우 임기 4년을 보장 받는다.

지난해 재정분담율은 직영사찰인 선본사가 57%(29억여원)에 달한 반면, 봉은사와 도선사는 각각 10%(12억여원), 14%(9억여원)였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도선사와 관련 문중(청담문중)은 총무원장 긴급면담을 추진하고, 오늘(4일) 오후 도선사에서 긴급 문도회동을 소집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선사의 한 중진 스님은 도선사는 청담 스님이 중창조였으며, 당시 법당 한 채이던 것을 오늘날의 대가람으로 변모시키는 불사덕분이었다며 당시 청담 스님이 본사를 맡을 수도 있었지만 도선사 불사에만 매달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직영사찰 지정 방침을 반박했다.

이 스님은 도선사는 평소에도 종단의 대소사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불교신문을 사실상 떠맡는 등 재정적인 도움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갑자기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덧붙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 갓바위를 은해사에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종무회의 결의안이 상정돼 중앙종회에서 통과할 경우 직영사찰은 조계사, 보문사, 봉은사, 도선사 등 4개 사찰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