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테라와다 불교의 상가가 형성됐다. 불교사적 측면에서 볼 때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한국테라와다불교(이사장 빤냐와로)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다보빌딩 3층 대법당에서 창립법회를 열고 한국테라와다 불교의 공식적인 출범을 선포했다. 형태가 법인체이고 규모는 아직 작지만, 상가라자와 상가, 재가신도로 구성된 테라와다 상가가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한국테라와다불교 이사장 빤냐와로 스님은 “부처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부처님 말씀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라며 “부처님 말씀대로 따르고 실천할 수 있는 법인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남방에서 계를 받은 태종사 조실 뿐냐산또(도성) 스님을 상가라자로 추대하는 의식과 더불어 안거와 함께 테라와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까티나(가사 공양의식) 행사가 펼쳐졌다.

상가라자(Sangha Raja)란 승왕(僧王)이란 뜻으로, 한 종파의 최고스승(종정)을 의미한다. 상가라자로 추대된 직후 뿐냐산또 스님은 “테라와다의 계를 받은 스님의 수도 적고 조직적이지도 못한데, 짧은 시간 안에 성대한 일을 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테라와다 수행자들과, 우리에게 물심양면으로 협조해준 동남아 여러 나라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 최초의 상가라자로 추대된 뿐냐산또 스님은 해인사, 대흥사 주지를 역임한 조계종 스님이고, 부산 선암사 지월 스님의 제자이기도 하다. 1972년 태국 왓벤자마보핏 사원에서 남방계를 수지한 스님은 이후 남방의 가사를 걸치고, 남방계맥을 이은 승려임을 자처해왔다. 이후 부산 태종사를 창건하고, 한국을 방문한 남방의 스님이나 남방에서 계를 받은 스님의 수행처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남방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남방계맥을 잇는 큰 어른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뿐냐산또 스님은 “젊어서 해인사에 머물 때 성철 스님을 찾아오는 학자들이 산스크리트어와 빨리어 경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빨리어를 공부하면 우리나라에도 올바른 불교가 들어오겠구나라고 생각해 태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계를 받아왔다”며 “한국에 돌아온 후 내가 남방가사를 걸친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빨리 벗으라고 했지만, 우리 은사 스님(지월 스님)은 그게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입으라고 독려해 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주홍색 가사를 걸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뿐냐산또 스님은 이어 “부처님 경전에서는 부처님 말씀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고, 부처님 말씀대로 실천하라고 하셨다. 그 이외의 것은 넣지도 말고 빼지도 말라고 하셨다”며 “경율론 3장을 잘 지켜서 계정혜 3학을 잘 닦는 길이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말씀을 배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뿐냐산또 스님의 상가라자 추대식이 끝난 직후에는 까티나 가사 법요식이 열렸다. 까티나 가사 법요식은 3개월의 안거 수행을 한 청정 비구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의식으로, 까티나(Kathin)라는 말 속에는 ‘굳건한’ ‘금강석같은’ 의미가 담겨있다. 테라와다 전통에서는 까티나 축제가 부처님오신날에 버금가는 큰 행사이며, 그 기원은 스님들에게 올릴 가사인 천 조각을 보시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날 행사에는 림삼콜 주한 캄보디아대사,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 등 국내외 귀빈들과 2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해 한국의 테라바다불교가 첫발을 내딛는 자리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