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의 원력과 국민들의 관심, 낙산사를 아끼는 분들의 정성으로 단아하고 소박하게 1000년 전 낙산사의 옛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양양 낙산사 주지 정념스님(조계종 재무부장)은 낙산사 2차 복원불사를 회향하며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2005년 화재로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낙산사의 현장을 지켰던 정념 스님이기에 국민과 함께 복원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10월12일 오전11시 ‘낙산사 2차 복원불사 회향식’을 앞두고 있기에 기자간담회 도중에도 연신 전화를 받는 등 분초를 쪼개며 살고 있다. 회향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제3교구본사 신흥사 오현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호계원장 법등스님, 신흥사 주지 우송스님 등 스님과 김진선 강원도지사, 이진호 양양군수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니 그럴만도 하다.

낙산사는 2005년 화재 이후 전 사부대중과 양양군민, 강원도민의 의지를 모아 지난 2007년 11월 원통보전과 홍련암, 범종각, 홍예문, 복지시설 상락원, 낙산유치원 등 12개의 전각과 시설을 1차 복원ㆍ건립했다. 그리고 이번 2차 회향에는 설선당과 응향각, 무산지역아동센터 등 12개의 전각과 시설을 각각 복원했다. 이로써 1000년 전의 낙산사 모습을 완전하게 재현해낸 것이다. 복원은 문화재연구소 복원자문위원회의 자문에 의해, 17세기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남아 있는 낙산사의 모습을 기준으로 해 진행했다. 다수의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들이 불사에 동참, 자문과 조언을 했다.

복원불사를 시작할 때, 정념 스님은 내심 결심을 한 것이 있었다. 낙산사 복원은 건물과 당우를 짓는 것이 아니라 1천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낙산사의 아름다움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늘 오늘날 절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고,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가를 고민했고, 결론은 국민과 함께 하는 도량을 건설하는 것이라는 데 닿았다. 응향각이나 빈일루를 사찰신도나 스님들이 아닌 낙산사를 찾는 국민들을 위한 시설로 지은 것도 스님의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낙산사가 앞으로 진행할 3차불사는 30평 규모의 템플스테이 전용수련관 3개동 건립 등 문화시설 중심으로 오는 2012년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이 역시 국민과 함께 하는 도량을 짓는다는 정념 스님의 의지가 반영된 불사다. 낙산사는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문화가 있는 도량이기에 바다와 산과 문화를 찾는 국민들에게 당연히 기여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정념스님은 “지난 4년간 힘든 과정을 함께 해주신 종단 원로스님들과 낙산사를 사랑하는 모든 불자와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낙산사의 국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복원불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낙산사 불사를 진행하는 동안, 철저하게 자신을 믿고 맡겨준 오현 스님,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아준 총무원장 지관 스님, 일주일에도 며칠 씩 낙산사 불사현장을 찾아 공사를 총 지휘해준 현고 스님, 불사비에 보태라며 성금을 보내주신 월주, 녹원, 도원 스님 등 원로스님 등 고마운 분이 한 두 분이 아니다.

특히 낙산사로 성지순례를 와서 기왓장 한 장이라도 보시를 한 불자님들, 매월 관음재일날이면 낙산사를 찾아와 함께 철야정진을 해온 수만, 수십만의 불자들의 정성이 있었기에 낙산사 복원이 가능했다고 강조한 스님은 이 분들게 특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조계종에서 짓는 집이 1년이면 100채는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 정말로 국민과, 일반불자들을 위해 짓는 집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불사란 단순히 잃어버린 건물을 복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1000년의 역사와 문화, 조상의 숨결을 되찾아가는 것이며, 그 공간에서 국민과 불자들이 맘껏 문화와 역사를 향유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불사라고 생각합니다.”

정념 스님은 “낙산사는 앞으로 문화ㆍ명상ㆍ열린공간으로 거듭날 것이고, 특히 청소년과 어린 아이들 포교를 중점적으로 펼쳐 미래불교 중흥의 씨앗을 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낙산사는 지난 2005년 화재 이후 문화재관람료를 일체 받지 않는다. 불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관람료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현재 매월 2000여만원 상당의 점심 국수공양과 커피를 낙산사를 찾는 국민과 불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