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어떤 존재일까. 아마 붓다의 십대제자에게 있어서도 붓다는 각기 다른 존재로 비춰졌을 것이다. 인도에서는 인도인의 모습으로 그려졌던 붓다가 한국에서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동남아인으로 조성된 것처럼 말이다. 눈에 비치는 형상도 그러할 진데 붓다에 대한 관념은 또 얼마나 각양각색으로 바뀌었을까. 우리가 흔히 붓다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이야기하는 삼십이상, 팔십종호 등은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일까.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원장 미산)은 4월 15일 오전 10시 중앙승가대 본관4층 대강당에서 ‘불타관의 재조명’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불교학연구원 개원을 기념해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초기불교, 대승불교, 밀교, 불교미술 전공 학자들은 시대에 따라 변화된 불타관을 조명, 붓다에 관한 관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자따까를 통해서 본 초기불교의 붓다관’을 발표한 중앙승가대 교수 정덕 스님은 부처님의 전생기에 등장하는 붓다에 관한 경전 내용을 조명했다.

정덕 스님은 자따까에 등장하는 붓다를 △도덕규범의 제시자, △불살생의 전파자, 그리고 △인간의 자화상인 야차들의 귀의처 등 세 모습으로 분석했다.

정덕 스님은 “자따까에 보이는 붓다의 전생 보살의 모습은 인도적인 도덕규범에 충실한 영웅의 모습이었다”며 “인도 사회 속에서 불교가 현실 종교로 자리 잡기 위해 자따까는 인도 사회가 익숙해하는 구조를 가지고 불교적인 메시지가 담긴 도덕규범을 제시함으로써 붓다는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자따까에 등장하는 붓다의 전생보살들은 민간신앙인 정령신앙에 비해 도덕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로써 붓다는 인도사회의 최고 가치인 다르마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대승불교시대에 이르면서 붓다는 더 이상 석가모니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수많은 불보살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된다. 화엄경은 대승경전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붓다가 등장하는 경전이다.

‘화엄경에 나타난 불타관’을 발표한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 스님은 대승불교, 그 중에서도 화엄경에 나타나는 불타관을 조명했다.

본각 스님은 “화엄경에는 무수한 불신(佛身)이 기술돼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여래가 나타내는 종종신(種種身)과 보살이 나타내는 종종신, 그리고 비구니, 마야부인, 야신 등의 선지식이 나타내는 종종신이 있다”며 “이러한 종종신이 귀속되는 대상에는 여래, 보살, 선지식 등의 차별이 있지만 종종신이 나타내는 의미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데, 이는 모든 신(身)이 다 원융무애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화엄교학에서는 화엄의 붓다를 십신(十身)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해 본각 스님은 “화엄경이나 화엄교학의 불신론은 불신 그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화엄교학의 원융무애한 의미를 불신, 내지는 종종신의 용어에 담아내려고 한 것”이라며 “불신, 보살신, 종종신이 결국 중생세계의 업의 차별만큼이나 무량무변함을 불신이라는 용어로 담아낸 것이 바로 화엄의 불신론”이라고 지적했다.

‘밀교적 불타관의 형성과 전개’를 발표한 진각대 허일범 교수는 “밀교적 불타관의 형성은 대승불교경전의 법신사상을 근간으로 하여 성립됐다”며 “법신은 초역사적인 존격을 등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승불교의 법신사상은 밀교에서 수많은 인격적 존재로서의 불보살로 유형화된다. 밀교에서 유독 다양한 모습의 불보살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교수는 “밀교의 불타관은 대승불교의 사상을 계승하여 불보살의 세계를 조직화하고, 그 구심점이 되는 존격을 인격화시켜 유상유형의 활동하는 존격으로 표상화시켰다”며 “이와같은 만다라적 불격공통체의 형성은 불(佛)과 행자가 일여(一如)되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삼밀유가의 방법론으로 제시되었다”고 강조했다.

‘불교미술에서 보는 붓다관’을 발표한 서울대 이주형 교수는 “붓다의 모습이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크기나 표정에서도 지역마다 변하지만, 붓다의 종류에 따라 형상이 각기 달리 표현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불상이 조성되던 구샨시대의 불상은 눈을 활짝 뜨고 보는 이를 응시하지만 200여년이 지나 굽타시대에 이르면 불상은 눈을 반쯤 감고 보는 이와의 시선을 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한 것이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시기 상징적인 크기에서도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제시된다. 중국의 운강석굴의 대불과 두어 세기 뒤에 만들어진 바미얀의 대불, 일본 도다이지의 대불 등이 모두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존재로서의 붓다의 의미를 전한 대표적인 불상들이다.

이 교수는 “불상은 신령스러운 것, 초월적인 것, 궁극적인 것에 대한 각 지역과 민족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불상은 한국의 불상에 비해 대체로 표정이 어두워, 좋게 말하면 엄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음울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일본인들의 신령스러운 세계에 대한 남다른 상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차이나의 불상들은 표정이 밝고 가벼운데 이도 그들의 신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의 성격에 따라 붓다의 모습 또한 크게 다른 모습으로 조성됐을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굽타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도에서는 석가모니불 외에 가섭불, 연등불, 아미타불 등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불상은 구별되지 않는 비슷한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서로 다른 존명의 불상을 만든다고 해도 뚜렷한 형상의 차이가 없이 만든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형상에 따라 붓다의 존명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고, 존명에 상관없이 붓다는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인식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정 경전에 따라 어떤 붓다를 신앙하는 입장에서는 그 붓다가 특별히 중요했을 수도 있지만, 그 특별한 붓다 또한 임의로 혹은 협시보살과 같은 주변적 요소에 의해 지정되었을 뿐 그 자체의 형상으로 차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