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엘 가나 온갖 꽃이 만개한 맹춘지절이다. 어쩌면 봄의 끝자락인지도 모르겠다. 꽃은 저마다 아름답건만, 사람들은 이른 봄의 동백과 매화, 그리고 산수유와 벚꽃에만 열광한다. 예나 지금이나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진달래와 철죽도 사람들의 시선을 부여잡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정작 한껏 물 오른 방년의 처녀를 연상케 하는 꽃은 복사꽃이 아닐까 한다. 핑크빛 색깔하며, 농사철을 알리는 상징인 갈아엎은 논배기 옆에 펼쳐진 자태는 지나가는 이 발걸음을 붙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주말, 포항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길에 그만, 길을 잘못 들어 청도국도길을 달리는 낭패가 있었다. 그러나 그 낭패는 곧 환희로 바뀌었으니, 다름 아닌 복사꽃 무리들 때문이다. 봄꽃 가운데 나를 빼어놓고 어찌 상춘을 입에 올리느냐며 항의하듯 자태를 뽐낸다. 복사꽃 무리가 있는 곳이면, 몇 번이고 달리던 차를 세워 카메라를 들이대었으나, 본시 감각이 무딘 터라 그 매혹적인 자태와 색상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듯싶다.

그렇더라도 어릴 적 복사꽃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터이니 다소 부족한 점은 아련한 추억으로 메꿔 주시길 바란다. 복사꽃이 소재로 들어간 조지훈의 시 ‘승무’의 전문을 소개한다.

승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