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선택의 문제 앞에서 고민을 한다. ‘해야할까, 하지말아야 할까’, ‘이것을 먼저할까, 저것을 먼저할까’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찾아온다.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 확신이 없을 때 고민하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선택의 문제 앞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에게 정토회 법륜 스님이 몇 가지 당부를 전했다.

방송연예종사자 수행공동체인 길벗이 3월 2일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를 열었다.

선택은 법회에 참석하자마자 시작됐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는 법회참가자들이 질문을 작성해 제출하면 법륜 스님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선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질문을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자신있게 질문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옆 사람에 질문할 것을 권하는 이들도 있다. 질문지를 앞에 놓고 펜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질문을 작성하는 시간이 끝나자 법륜 스님에게 질문지들이 전해지고 답변이 시작됐다.

법륜 스님이 처음 집은 질문은 ‘결혼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자기실현이 먼저일까요?’였다.

“저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겠죠? 저는 당연히 ‘자기실현이 먼저입니다’ 이렇게 말하겠죠. 그런데 자기실현이 먼저라면 ‘스님은 아직도 결혼을 못한 것 보니 자기실현을 못 했나요’라고 물을 수 있어서 자기실현이 먼저라고 해도 모순이 생깁니다. 결혼이 먼저다 해도 모순이 생겨요, ‘왜 아직도 결혼을 못 했나요 ’물을 수도 있는 거죠. 결혼과 자기실현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거나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혼을 통해 자기실현을 할 수 있고 자기실현이 이루어짐으로 해서 결혼이 쉬워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때는 모순인 듯 하지만 전혀 모순관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다 선택에 따른 고민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나에게 이익일까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질문자는 결혼할 상대가 없으면서 고민하는 듯이 보입니다. 괜히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실현이니 결혼이니 자체가 망상이라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다만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 과정에 자기실현이 안 되도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오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취직을 못해도 결혼을 하고 비록 출가한 스님도 결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에 결혼이 내 인생에 장애가 된다면 상대자는 마구니요, 사탄아닙니까. 한 남자 한 여자를 마구니로 만들어야 되겠습니까. 그는 당신의 인생을 방해한 적이 없어요. 상대에게 핑계를 덮어 씌운 것이에요. 결혼이냐 직장이냐 선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현재에 충실 하면 되는 것입니다.”

선택의 문제에 고민하는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은 ‘여러 종교를 모두 경험해보고 싶은데 종교인들은 왜 꼭 한 가지 종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는가’였다.

“원한다면 모든 종교를 다 경험해도 됩니다. 사람들이 나이롱신자니 어떠니 말을 해도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됩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다른 종교를 왔다 갔다 하면 비난받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하고 싶은대로 하지만 비난은 받지 않겠다는 것은 욕심입니다.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말에 구애 받지 말고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화를 내야하나 화를 참아야 하나’ 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질문일 것이다.

“화를 참으면 다른 사람들이 훌륭한 인격이라 그래요. 그런데 참다보면 나중에 터지게 됩니다. 터지기 전에는 본인이 괴롭고 터지면 남들에게 피해를 줘서 고상한 인격이 타격을 받지요. 우리는 화가 일어나니깐 화를 냅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반대로 참으면 화병이 납니다. 그래서 화풀이를 합니다. 화풀이를 하면 다시 그 화가 나에게 돌아와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참으면 화병이 생기고. 화풀이를 하는 것은 끓는 물에 찬물을 부어서 잠시 멈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끓어 오릅니다. 문제는 솥 아래 불을 끄는 것, 화가 난 원인을 살펴야지 화를 내야하나 참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내가 옳다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옳고 그름은 없고 견해가 다를 뿐인데 나의 견해를 강요합니다. 상대를 옳고 그름으로 보지 말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보게 되면 화가 날 이유가 없습니다. 근본은 화가 날 이유가 없고 단지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화가 일어난 겁니다. 화가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일어나면 화를 참아야지 생각하지 말고 일어나는구나 알아차리면 됩니다. 화를 냈다면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되구요. 화를 내야지라든가 참아야지 각오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이 계속되면 점점 화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아들이 수능시험을 잘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결혼안한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께 뭐라고 해야하나’, ‘꿈과 욕심은 어떻게 다른가’등 다양한 문답이 이어졌다.

법륜 스님은 “답변이 비록 정답은 아닐 것이며 무조건 바른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가 자기를 모를 때도 있다”며 “이럴 때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잘 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견을 듣고 참고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