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톨릭의 큰 별 김수환추기경님이 선종하신 후 각막기증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각막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많게는 평소의 8배가 늘었다는 자료가 있는데, 저희 (사)생명나눔실천본부에도 평소의 서너 배가 넘는 문의와 신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교계에도 2005년 당시 총무원장이시면서 (사)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이셨던 법장스님이 열반하시면서 조직기증을 하신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불자들이 장기기증을 신청하였으며, 불자들의 장기기증율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자료로 보면 불자들의 장기기증율 전체 10% 정도로 타 종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교계에서 유일하게 장기이식기관으로 등록한 본부의 이름이 생명나눔실천본부인 것은 불교의 생명관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불교에서는 생명이라는 것을 독단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인연들과의 상의상관 관계 속에서 탄생하고, 지속되고, 또 인연이 다하면 허물어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생명의 유지 또한 다른 생명의 나눔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다른 생명에게 내 생명을 나누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됩니다.
부처님의 전생담에도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의 몸뚱이를 공양 올리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배고픔에 죽어가는 새끼 사자들을 살리기 위해 구도자가 공양을 올리는 이야기나,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매에게 허벅지 살을 베어내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이러한 생명나눔의 수행을 끊임없이 하였기에 오늘날 부처를 이루셨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교를 배우고 신앙하면서 장기기증에 대해 불자들의 관심이 적다는 것으로 볼 때 불자들의 신앙태도를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혹 지금까지의 신앙이 기복을 추구하던 신앙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도록 살아가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꿔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불자들에게 강조하신 수행 덕목이 바로 보시입니다. 보시를 함으로써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베풀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보시하는 사람의 앞날은 풍요로움으로 전개됩니다. 이렇게 서로 베풀어 주는 가운데 살려지고 있는 것이 생명의 특성입니다. 가까이는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좀 더 멀게는 농부의 손길로부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뿐만 아니라 대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살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명의 특성을 명확히 알 때, 옆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습니다. 작은 보시가 생활화 되면 부처님의 전생담 같이 몸뚱이까지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단계까지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기증이란 나에게는 인연이 다해서 흩어지고 말 것을 주는 것이지만,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일입니다. 김수환추기경님이 선종하시면서 각막을 기증하였듯이 우리들도 죽을 때(혹은 뇌사시에) 다른 생명에게 빛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각막기증 외에도 피부, 뼈, 근육 등을 기증할 수 있는 조직기증이 있습니다.
불자들에게 생명나눔이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겠지만, 요즘처럼 장기기증이 사회의 관심으로 떠오를 때, 불자들도 이 나눔의 행렬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연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이 몸으로, 새로운 생명에게 빛을 준다는 것 이상의 보시가 있겠습니까? 장기기증으로 자비를 실천하는 동시에 몸뚱이에 대한 집착을 떨치는 숭고한 공덕을 지으시기 바랍니다.
스스로의 선택과 순수한 자비심으로 장기를 기증한다고 하면 그것으로 인해 신체의 고통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선업에 의해서 틀림없이 더 좋은 과보를 얻게 될 것이다.
-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 중에서, 쇼갈린포체 -
문의 : 02-734-8050 (사)생명나눔실천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