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고대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대승사론현의기』에 관한 한국 최고(最古)문헌 논란이 또한번 재점화될 조짐이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2월 28일 오전 9시 30분부터 금강대 5층 사이버강의실에서 ‘『대승사론현의기』와 그 주변’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승사론현의기』의 국문 번역본 출간을 앞두고 열리는 것으로, 백제찬술설을 제기했던 목포대 최연식 교수와 독일 보쿰대 플라센 교수뿐만 아니라 일본의 관련학자들까지 참여해 국제적인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회 참가 패널들이 대부분 백제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인 만큼, 『대승사론현의기』의 한반도 찬술설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1월 목포대 최연식 교수와 독일 보쿰대 플라센 교수는 한국사연구회에서 “ 『대승사론현의기』가 우리나라 최고의 문헌으로, 기존에 알려진 중국승 균정이 아닌 백제승 혜균의 저술임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둘러싸고 동국대 김성철 교수 등은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백제 저술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반박했고, 세 학자의 논쟁은 한국사연구회의 학술지인 「한국사연구」를 통해 논문으로 발표되면서 더욱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전개됐다.

그로부터 2년 4개월 후인 올해 3월 대승사론현의기를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센터의 학술총서 제2권으로 출간되면서, 이 논쟁은 또 한 번 재점화 될 전망이다.

2년전 학술대회에서 논쟁을 벌이던 학자들이 “대승사론현의기는 오탈자가 워낙 많은데다 전체 문맥 속에서 부분적인 단어들을 살펴야한다”고 지적했던 만큼 사론현의기의 번역본 발간은 ‘사론현의기 백제찬술설’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최연식, 플라센 교수를 비롯해 최연식 교수에게 대승사론현의기 연구의 길을 터준 고마자와대학 이토 교수와 이시이 코세이 교수의 연구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대승사론현의기』 연구의 권위자인 이토 타카토시(伊藤隆寿) 교수는 최연식 교수가 일본에 머물 당시 최 교수에게 대승사론현의기의 연구를 권유한 인물로, 이번 대회에 직접 참가하려 했으나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 대승사론현의기』에 관한 제문제’를 주제로 한 논문만 전해왔다. 이토 교수 논문의 중심내용은 “『대승사론현의기』가 중국 찬술일 수 없는 이유를 권말의 흥륜사 학문승 법안이 대황제 및 내전을 위하여 이 『대승론현의기』 봉헌함이라는 식어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토 교수는 또 “흥륜사가 신라사찰이기 때문에 신라에서 찬술되었을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백제에서 찬술됐다는 최연식 교수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토 교수는 “백제찬술설이 정설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흥륜사가 백제사찰이라는 점, 법안이 백제승이라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승사론현의기의 백제찬술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최연식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교감작업으로 본 『대승사론현의기』의 제 문제’를 발표한다. 최 교수는 『대승사론현의기』의 간본과 사본(교토대학과 류고쿠대학) 그리고 ｢초장중가의(初章中假義)｣ 사본의 구하여 전체 내용을 번각하였으며, ｢팔불의(八不義)｣ 사본과 『대승현론(大乘玄論)』｢팔불의(八不義)｣의 내용상의 차이점도 비교 정리하였다. 최교수는 이러한 꼼꼼한 교감 작업을 통하여 필사 과정에서 잘못 쓰여진 글자들과 『속장경』에 잘못 판독된 글자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하여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사(誤寫), 오독(誤讀)된 글자들의 소개를 통하여 아울러 현재 전해지는 사본들의 성격에 대해서 보고 검토한다.

2006년 최연식 교수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요르그 플라센 교수는 ‘법랑 사상의 재구성에 있어서 『대승사론현의기』의 의의에 대한 고찰’을 발표한다. 플라센 교수는 현재 『대승사론현의기』를 영역하고 있으며, 4월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플라센 교수는 『대승사론현의기』와 길장의 저술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길장이 사용하는 난해한 논법의 상당수가 길장과 혜균의 스승인 법랑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밝힐 예정이다.

중국 천태법화사상의 전문가인 소카대학 국제불교학고등연구소 간노 히로시(菅野博史) 소장은 ‘『대승사론현의기』 연구서설-자신의 기본적 입장 표명’을 발표한다. 간노 교수는 그동안 『대승사론현의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사론현의기』 저자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저술에서 표현되는 어구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론｣이 기존의 삼론과 『대지도론』을 지칭하는 용어임을 주지의 사실이나, 『대승사론현의기』에서는 지론섭론비담성실을 지칭하는 어구로 자주 쓰이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그 외 ｢대승｣, ｢일가｣ 등의 개념을 통해, 『대승사론현의기』의 비판의 타겟이 有所得을 주장하는 부류임을 밝힐 것이다.

길장연구자인 고마자와대학 오쿠노 미츠요시(奧野光玄) 교수는 길장의 만년 저작으로 알려진 ‘『대승현론』에 관한 제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대승현론』은 특히 길장과 동문인 헤균의 저작과 중복이 많아서, 이미 길장의 진찬을 의문시하는 의견이 있어왔다. 오쿠노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승현론』｢일승의｣를 통해 『대승현론』의 특징과 문제점을 밝힐 예정이다.

금강대학교 석길암 HK연구교수는 ‘6세기말 삼론학파의 지▪섭론학에 대한 인식’을 발표한다. 석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대승사론현의기』와 『대승현론』의 ‘불성(佛性)’에 대한 논의가 5-6세기에 걸친 중국불교사상사가 도생(道生, ? -434)에게서 비롯된 ‘불성당유(佛性當有, 불성은 응당 결과를 맺는다)’ ‘일천제성불(一闡提成佛)’의 불성사상을 기저로 전개된 것이며, 인식론적 사유에 기초한 인도불교를 실체론적인 사유로 변화시킨 주된 원인이 불성사상에 있음”을 밝힐 예정이다. 석 교수는 또 지론학파와 섭론학파의 심식설이 불성설과 결부하여 어떠한 오해를 낳게 되었는지, 진제의 섭론사상이 왜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는지 등을 『대승사론현의기』와 『대승현론』에 나타난 삼론학파의 지론학파 및 섭론학파에 대한 인식과 그 실제와의 차이점을 통해서 추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