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구역내에 위치한 사찰 주지들과 환경부 관계자들의 간담회가 2월 13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환경부는 국립공원 구역조정 및 자연공원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립공원 내 사찰 주지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2008년까지 환경부는 국립공원 구역조정 및 자연공원 개선 정책을 실시하면서 전혀 불교계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지자 올해 처음으로 국립공원 사찰 주지 스님들과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환경부의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한 자연보전국 김지태 국장은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자연마을 지구와 집단 마을지구가 집단시설기구와 통합돼 마을지구가 된다”며 “특별보호구역을 신설해 특별 관리하는 한편 주민지원사업을 확대해 규제를 합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섬 지역 개인묘지 설치 등 지금까지 허가사항이었던 내용들을 신고사항 혹은 신고생략으로 변경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축물의 증개축 허용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립공원 내 사찰 주지 스님들은 “사찰 아래에 위치한 마을들은 마을지구로 지정해 편의를 봐주면서 정작 사찰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요사채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다”며 “전통사찰로 지정된 경우에는 조금 나은 편이지만 전통사찰이 아닌 조그만 암자들은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못갖출 정도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월악산 덕주사 주지 원경 스님은 “제천에 유일한 보물로 마애불 하나가 있는데 월악산에만 70만명이 다녀가고 마애불에도 20만명씩 다녀가는데 화장실이 단 하나도 없다”며 “수시로 스님들이 올라가 온갖 오물이 널려있는걸 치워야 하는 형편”이라며 국립공원 내 화장실 설립을 요청했다. 삼각산 승가사 주지 상륜 스님, 북한산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도 “서울시민들이 하루에만 수만명씩 몰려드는데 삼각산이나 북한산 올라가는 길목에 화장실이 없다는게 말이 돼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김지태 국장은 “환경부에서 5년전부터 국립공원내 화장실을 늘여가는데 상당히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라며 “실상을 파악한 후 화장실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부분의 스님들이 각종 건축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일부 스님들은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쌍계사 주지 상훈 스님은 “절 위쪽에 화전민들이 땅을 일구고 살다가 소유권을 인정받고 살고 있는데 이들로 인해 식수가 많이 오염돼 사찰은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경부에서 강제수용을 할 수는 없냐”고 질의를 던졌다.

성불암 주지 상오 스님은 “최근 지역의 군과 유지들이 결탁해 내원저수지를 식수구역에서 해제요청을 하고 난개발을 계획하고 있어 수행환경을 해칠까 우려스럽다”며 “환경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1부 환경부와의 간담회가 끝나고 열린 2부 간담회에서 국립공원 내 사찰 주지 스님들은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스님들은 결의문에서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에 명시된 문화경관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립공원 개선 계획 수립시 불교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국립공원내 사유권 침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하면서 “불교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사찰 소유 토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