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토록 역경사업에 매진해온 월운 스님을 일방적으로 해임한 동국대의 조치를 규탄하는 ‘동국역경원장 일방해임진상조사위원회 발기인대회’가 2월 12일 오후 2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법인 스님, 봉선사 능엄학림 강사 취봉 스님 등 조계종의 여러 스님들과 전국의 역경원 후원회원 200여명이 참가해 월운 스님의 일방해임 조치에 대한 진상조사와 동국대 오영교 총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날 격려사를 전한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어른을 제대로 안 모시는 것”이라며 “동국대 안에서 평생토록 역경사업에 매진해온 큰 스님을 그렇게 처우했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고 양보하려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혜거 스님은 이어 “최선을 다하면 세상에서 대접을 받는다는 풍습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큰 스님의 원력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큰 스님의 염원이 헛되지 않았고 앞으로 남은 여생을 경전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큰 스님을 따르던 제자들과 불자들께서 격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법인 스님은 “한국불교에 있어서 역경, 포교, 문화, 복지 등 대부분의 큰 사업들은 종단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개인의 원력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며 “한글대장경 완역 및 전산화 작업이라는 업적을 세운 이를 이렇게 대우한다면 앞으로 누가 원력을 세우려 하겠냐”고 개탄했다.
법인 스님은 또 “이런 폐단을 묻고 그대로 지나가면 진실 또한 묻혀지기 마련”이라며 “다소 아픔이 있더라도 진실을 드러내고 참회를 함으로써 그 바탕 위에 한국불교가 화합하고 성숙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기인대회에서는 조계종 종회의원 초격 스님이 위원장으로 추대됐으며, 이건호 주비위원장이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초격 스님은 이번 주 내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네 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결의문을 통해 “역경보살로 칭송돼오던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의 동국대학교 당국의 일방적이고 부당한 해임을 결정한 책임자는 참회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문은 △종단 어른 스님에게 결례를 범한 동국대학교 오영교 총장은 즉각 사과하라 △동국학원 이사회는 모든 불교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즉각 해명하라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는 본 사태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조계종 총무원은 동국역경원에 대한 종단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등 네 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