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는 여전히 긴 동면(冬眠)에 빠져있고, 움추린 마음 또한 꽁꽁 여미고 있건만, 화랑에는 벌써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고 애틋함을 이야기하듯이.

아트포럼 뉴게이트가 2월 5일부터 21일까지 ‘봄을 기다리며’를 주제로 남현주, 권오열, 양현정, 권종현, 박서림, 김인영 등 여섯 작가의 전시를 연다.

권종현 작가는 전면회화의 개념으로 화면 전체를 덮는 꼴라쥬로 ‘꿈꾸는 마을’을 제작해오고 있다.

미국 체재 중인 그가 기억하는 유년시절의 마을은 산꼭대기까지 빼곡한 작은 집으로 잘사는 집이나 어려운 집이나 한 이웃인, 요즘의 아파트 건물이 만들어내는 단절과 소외의 시절에 웃음지으며 회상하는 불과 오래지 않은 시절의 기억이자 우리들이 붙잡고 싶은 이상적인 마을이다.

그의 작업은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작은 단위를 읽어가는 즐거움을 주며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다.

권오열 작가는 원거리에서 자연의 숲, 나무, 나뭇잎, 꽃 등을 평면성이 강하게 드러나도록 포착하여 찍은 사진작업을 한다.

결과는 전면회화와도 같은 치밀한 화면이며, 디아섹 프레임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표면이 신선한 숲 속을 연상시킨다.

양현정 작가는 최근 4-5년간 지속적으로 ‘삶의 여정’을 작업의 테마로 여러 가지 매체로 추구해오고 있다.

거울 위에 그림을 선묘하고 그 위를 다시 얇은 한지를 펴 발라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화면으로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의 화면에서 헬맷을 쓰고 작은 스쿠터를 타고 첩첩 가로막힌 산길이나 구름 위를 홀로 가는 인물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그는 무지개의 한 끝을 발견하고 무지개 너머에 무엇이 있으리라는 기대나 의심보다는 현재를 긍정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작은 깨달음을 캔버스에 아크릴로 섬세하고 명징하게 표현한다.

박서림 작가는 오랫동안 여성을 철장에 갇힌 멧돼지에 견주어 인식하며 작업을 해왔다.

지속적으로 천착하는 이 테마는 작가의 삶이 진행함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이 바뀌기도 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수묵작업, 은지작업, 설치작업, 그리고 문인화의 현재적 변용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박서림 작가는 갇힌 야생 멧돼지에 이어 열대 조류인 ‘무지개 왕부리새’를 도입하고 있다.

화려한 색감의 새가 비상(飛上)하고 있는 작가의 현 주소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김인영 작가는 에나멜 물감을 화폭 위에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적절한 컨트롤과 우연을 함께 섞어가며 만들어내는 화면은 때로는 구체적으로 때로는 단순화된 추상적 영상으로 표현되는, 우리에게 친숙한 화조나 산수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안정된 색감과 작가의 과감한 표현력이 이루어내는 경쾌한 화면은 봄의 현란함을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남현주 작가는 맑고 투명한 동양화 채색으로 여성의 실론에 대한 인식을 초현실주의기법을 사용하여 작업해 온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가이다.

의자는 작가 또는 여성의 현재 상황을, 창문 나비 꽃등은 그가 꿈꾸는 세계로의 통로와 꿈 등을 지시한다. 40차례 엷은 채색을 공들여 올려서 말간 바탕을 만들고 정성들여 내용을 완성해가는 작가는 많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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