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는 비록 고통 속에 스러졌지만, 집 없는 설움 더 이상 없는 저 세상에서는 부디 평안하소서.”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가 스님들의 집전으로 열렸다.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가 1월 23일 ‘용산참사 희생자 추모 합동위령제’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봉행했다.

위령제 사회를 맡은 성원 스님은 “화재참사로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영혼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어 사바세계의 모든 일을 잊고 영혼이라도 평온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한다”며 “종교를 떠나 화마 속에서 울부짖으며 사라져간 고인들을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산참사는 1월 20일 용산 한강로2가 재개발지역4구역의 한 빌딩 옥상에서 철거민들이 시위하던 중 이를 진압하기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하면서 발생했다. 특공대가 투입되고 진압하는 과정 중 철거민들이 농성 중이던 빌딩에 불이 붙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철거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며 비판했고 경찰은 시위대가 폭력성을 보였기 때문에 강제 진압했던 것이라며 책임을 철거민 측에 전가했다.

사건 현장을 찾아 정부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진관 스님 등 불교인권위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합동위령제를 연 것이다.

이날 위령제는 불교 전통 의식인 영산재로 치러졌다.

하늘도 희생자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인지 위령제가 시작되자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진관 스님은 “과거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 폭압과 독재의 정권이라 분노했지만 지금의 이명박 정부와 비할 바가 아니”라며 “무고한 시민들이 생존권을 외치던 현장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죽였다”며 정부를 질책한 진관 스님은 “살아있는 우리가 그날의 진압을 명령한 자들을 밝혀내고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이번 비극을 잊지 말자”는 내용의 조시(弔詩)를 낭독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김근태 전 의원은 “국민이 정부의 적이냐”고 격분한 뒤 “정부는 진상을 규명한다면서 책임을 철거민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근태 전 의원은 “모든 국민들이 이 현장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슬퍼하는 마음으로 정부에 대응한다면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재이수자인 태고종 소속 스님들이 현장에 마련된 제단 앞에서 경건하게 의식을 진행했다.

북소리가 울리자 스님들이 제단 앞으로 나아가 바라춤을 추며 희생영가의 넋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괘불 양쪽에 걸린 만장들은 바람에 날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슬픔을 잠시나마 잊기 위함인지 북소리와 징소리 태평소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바라를 든 스님들의 손은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챙~’, ‘챙~’ 부딪히는 바라 소리는 희생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 했다. 잠시 후 바라소리가 잦아들었고 스님들은 바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어 희생자들을 어루만지듯 빈손으로 허공을 갈랐다. 한참을 위로하고서야 스님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희생자들의 넋을 이제는 보내야 할 시간이다. 스님들이 종을 들고 빙 둘러서 타다 만 건물을 돌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 위로를 받은 걸까. 모든 의식이 끝나자 바람이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바람처럼 저 세상에서나마 평온하기를 기원한다.

이날 불교인원위원장 진관 스님, 불교인권위원 성원 스님, 영탄 스님, 태고종 현산 스님, 해성 스님, 혜준 스님, 성도 스님, 동인 스님, 지간 스님, 진우 스님, 진표 스님, 성주 스님, 현광 스님 등이 위령제를 봉행했다.

또 김근태 전 국회의원,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방경석 사무국장 등 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한편 사건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위한 분향소가 설치돼 죽음을 애도하는 철거민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시(弔詩) 전문> 2009년 용산 참사 희생자 죽음을 원통해 하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스님(대한불교조계종) 2009년 용산 살인 철거민의 죽음을 이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의 죽임이었다 이처럼 처참한 죽음이 어디에 있었던가 . 우리는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지고 뜨겁게 타는 불에 타는 육신을 보자구나 이 나라에 그 무슨 민주주의가 있다고 이 나라에 그 무슨 자유가 있다고 . 용산에서 무지무지한 경찰 특공대 역대 정권에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만행 그 잔인한 이승만 정권시대에도 없던 일 그 보다 더 잔인한 박정희 정권에서도 없던 일 이러한 무장 경찰을 철거민들에게 투입한 적이 없었다 . 우리가 광주민중을 학살한 전두환을 학살 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10년간 민주화를 위하여 온몸으로 조국에 몸 바친 열사들 그들의 혼이 살아있는 한 2009년 1월 20일 용산의 비극을 잊을 수 없다 . 1980년 5월 18일 같은 새벽이다 2009년 새벽은 1980년 5월 18일 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를 죽였다 용산의 비극이었다 . 嚴冬雪寒 뜨거운 불구덩이 속 같은 새벽 가장 소중한 생명, 아름다운 생명 타는 불속에 민주주의 속으로 몰아넣었다 타는 불속으로 그리하여 민주주의는 죽었다 . 너무나도 서럽고 한스런 날이었다 피 흘리며 땅으로 떨어졌을 때 흘린 피 가난을 벗 삼아 살았던 역사 깨어진 유리조각을 씹고 있구나 병들어 신음 하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병들어 눈물 흘리며 죽은 것도 아니고 설움에 겨워 땅을 치던 그날의 새벽도 아닌데 용산의 철거민의 죽음을 우리가 어이 잊으랴 . 아 아 우리의 영혼들은 조국사랑이었다 용산의 비극을 말하고 있는 영혼들이여 그대들을 우리의 열사라고 부르자 그대들은 이 땅에 죽은 민주주의를 사려낼 것이라고 열사들이여 우리가 2009년의 죽은 민주주의를 살려낼 것이라고 열사들이여 용산의 철거민 살인 진압에 희생당한 열사들이여 참으로 좋은 세상이 오면 열사들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노래하자 . 살아있는 우리가 그날에 명령을 내린 그자들을 밝혀내고 용산의 살인진압에 명령자를 기필코 가려내고 살인진압에 죽은 열사들의 한을 풀고 영혼들이 덩실덩실 춤추는 그날까지 영원히 용산의 비극의 그날을 천만년이 지나도 잊지 말자 기억하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