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종류의 한문본과 범어본을 아우른 조계종 표준 한문․한글 금강경이 탄생했다. 앞으로 전국 조계종 사찰의 의식집에는 이번에 발간된 표준 금강경의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조계종은 종단본 표준 금강경 편찬을 완성하고 1월 20일 오후 3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정식을 봉행했다.
이번에 발간된 금강경을 위해 약 2년여간의 준비기간 동안 6명의 금강경 전공 학자와 스님들이 참여했으며, 30여명의 자문위원들이 번역과 수정, 윤문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번에 발간된 조계종 표준 금강경은 한문본과 한글 번역본 합본으로 제작됐으며, 독송본과 주석본이 별도로 발간됐다.
금강경은 인도의 고승 구마라집이 중국으로 건너와 402년 처음 한문으로 번역한 이후 약 300여년에 걸쳐 여섯 종의 한역본이 나왔다. 이번에 편찬된 금강경은 구마라집의 한역본을 저본으로 하되, 다섯종의 이역본과 더불어 산스크리트어본을 참고해 오역을 바로 잡았으며 경전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번역했다.
또한 번역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됐거나 기존의 한글본들과 다르게 번역된 부분에는 주석을 달아서 별도의 주석본을 발간, 불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금강경은 다른 번역본에 비해 훨씬 더 수려한 문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학자들에 의해 번역된 문장을 국어학자와 시조시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해 문장을 윤문했기 때문이다. 또한 21차에 걸친 편찬회의 과정에서 편찬위원과 관계자들이 금강경의 논리구조와 적절한 번역어를 찾아내기 위해 심사숙고를 거듭한 결과이다.
또한 번역본, 주석본과 더불어 학술회의 자료모음집이 별도로 발간됐다. 표준 금강경 공청회 및 학술회의의 내용들은 담은 자료모음집은 금강경 전공자들에게 좋은 연구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계종 기획실장 장적 스님은 “표준 금강경의 발간은 총무원장 스님이 주창해 오신 ‘수행과 전법으로 정진하는 종단’을 구현하는데 커다란 기초를 세운 것”이라며 “종단의 소의경전이자 조계종 신도들이 즐겨 사경해온 경전인 금강경을 통일화함으로써 불자들의 신행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발간의 의의를 밝혔다.
앞으로 조계종은 표준 금강경이 전국 조계종 사찰에 보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불학연구소장 현종 스님은 “우선 스님들의 교육과 연수에 표준 금강경을 보급하는 한편 이번 달 내로 총무원장, 포교원장 교육원장 공동 명의로 이 책을 표준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공문을 발송할 것”며 “전국 사찰에서 사용되는 의식집에도 표준 금강경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필요로 하는 사찰에는 원고를 제공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동시 발간을 준비하다 중단된 운문본 금강경은 여전히 발간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종 스님은 “대중들이 보다 쉽게 독송할 수 있도록 운문화된 금강경을 준비해왔지만 금강경의 정확한 의미를 살리면서 운문화 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우선 보다 정확하고 알기 쉬운 금강경을 소개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라 운문본의 발간은 보류됐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현재 불학연구소에서 윤문을 마친 운문본을 소장하고 있는 만큼 추후에 불자들이 원한다면 운문본을 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100여종이 넘는 금강경이 시중에 유포된 시점에서 표준 금강경의 발간은 금강경 연구에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 금강경 편찬위원으로 참여한 동국대 김호성 교수는 “표준 금강경의 발간은 불교전통의 축적인 동시에 다음 금강경 세대들을 위한 징검다리”라며 “종단의 표준화 작업은 금강경 해석의 획일화가 아니라 오히려 학자들에게 있어서는 금강경 연구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학문적 의의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