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경주시 경주공업고등학교 배수시설 설치부지의 수습조사로 이 지역에 삼국·통일신라시대의 건물지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1월 13일 현장공개를 통해 밝혔다.

경주공업고등학교는 신라 최초의 사찰인 興輪寺(544년 창건, 삼국사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그동안 학계의 관심을 모아온 곳이다. 흥륜사지로 보는 견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논란이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정식으로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도 배수시설 설치를 위해 이미 굴토해 놓은 도랑을 수습 조사한 것에 불과하지만, 삼국·통일신라시대 건물지 흔적을 확인하고 관련 유물을 수습하는 성과를 거뒀다.

발굴조사 결과 이 지역이 흥륜사지였음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자료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건물지의 기둥 하부 구조인 적심 7개소, 건물기단 석열, 기와를 깔은 배수로 등을 확인했다. 적심은 지름 1.3m의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것이 조사되었다. 현재 교정(校庭)에 놓여 있는 대형 초석(礎石)은 이 부근에서 수습된 것으로 여겨져 큰 건물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출토유물은 유적의 중심 시기가 통일신라시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와당의 경우 소량이지만 6세기 중·후엽에 해당하는 연화문수막새가 있어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흥륜사지의 비정문제 뿐만 아니라 신라 왕경의 정비와 확장 문제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