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최근 항간에 떠돌고 있는 자신의 ‘동국대 이사장 3월 취임설’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지관 스님은 오늘(1월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관련해 회자되는 각종 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올 한해 조계종의 사업방향에 대해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올해가 총무원장 임기가 끝나는 해인 만큼 이날의 기자회견 주제는 자연스레 총무원장 선거로 이어졌다.

지관 스님은 “총무원장 임기를 완료하기 전에 내가 동국대 이사장으로 취임한다는 이야기를 나도 한 달 전쯤에 들었다. 구체적으로 3월쯤에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들었다”며 “내가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설사 내가 (동대 이사장을) 하고 싶다고 해도 이사 후보로 추천을 받고 나서 동대 이사회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지금 가능한 일인가”라고 되묻고 “현재 이사로 있으면 그런 말 나올만도 하겠지만, (그런 말은) 아무런 가치도, 근거도 없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총무원장 재임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본래 총무원장 임기가 다 돼 가면 여러 말이 많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내가) 뭐라고 말을 해놓으면 바로 선거 바람이 불게 되고, 그때부터 종단이 붕 뜨게 된다”고 밝힌 지관 스님은 “퇴임이 아직 아홉 달이나 남았는데 지금 선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언젠가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지관 스님은 또 “불교계가 제기한 종교편향 문제가 집행부 차원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유야무야됐다”는 언론의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스님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오해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종교인이고, 우리에게 관련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관련된 사안에 대해 대변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적기가 되면 일단 마치고 일이 생기면 또 하면 모르지만 계속해서 하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도 저 중놈들 맨날 싸움이나 한다고 불만을 품을 게 뻔하다. 범불교대회(처럼 시위의 형태)를 계속 고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정신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는 우리를 헐뜯으려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관 스님은 지난 3년의 임기동안 한 일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업적으로 ‘종조 선양사업과 포살결계의 시행’을 들었다. 스님은 “조계종조 도의국사가 서당 지장선사로부터 선법 받은 장소가 홍주 개원사인데, 1200년간 전혀 자취가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며 “이곳에 도의국사 구법비를 세운 것이 가장 뜻 깊은 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수행 면에서는 결계와 포살이 실시된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며 “결계와 포살은 처음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과거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최근에 와서 총림에서만 이어져오고 일반적으로는 쇠퇴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포살과 결계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해서 작년 여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고 “아직도 미흡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점차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관 스님은 총무원장 임기가 끝난 이후 갖고 있는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죽기전에 꼭 가산대사림을 완성하고 싶다”며 학승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스님은 “가산대사림 사전을 내 손으로 마쳐야 하는데 현재 10권까지 밖에 안 나오고 아직 다섯 권이나 남았다”며 “죽기 전에 그 일을 마치고, 그 다음에는 내 수행을 할 것”이라고 은퇴 이후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지관 스님은 “묵은해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고 하지만 해가 오고 가는 것이 불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성찰하고 새롭게 발심하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하는 위대한 힘”이라고 신년을 맞는 소회를 전했다.

지관 스님은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힘든 시절에 수행종가를 표방한 종단과 종도들의 어깨가 무겁다”며 “인욕과 절제로 이타의 행위, 진정된 마음의 활동, 지혜롭고 용기 있는 적극적 실천 등 삼학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고 사회화할 의무와 책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관 스님은 2009년 조계종 사업방향에 대해 △고통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전법과 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수행종풍을 사회적으로 회향하며 △종풍을 진작하고 수행승가를 진흥하기 위한 사업을 정착시키는 한편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꾀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한국불교를 중흥하는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사찰을 중심으로 ‘한 끼 나누기’ 운동, ‘희망의 등 달기’, ‘이웃을 위한 108배 기도’ 등 다양한 자비의 나눔운동을 펼치는 한편 이주노동자, 결식아동, 장애우 등 소외받는 이웃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 실업자와 소회계층을 위한 템플스테이, 의지나눔(Share will) 사업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