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법신불이라면 나머지 모든 학문과 과학, 예술은 화신불에 비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월간「불교문화」100호 특집호에 실린 한형조 교수의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기고문이 교계 각 매체에 인용 보도되면서 일으킨 반향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광 스님이 월간「불광」1월호의 ‘불교와 과학’ 코너에 실린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불교가 종교냐? 아니냐?’의 반향을 이어갔다. ‘모든 학문과 과학, 예술은 화신불’이라고 비유한 서광 스님(보스톤 서운사 주지)은 이 글에서 먼저 정년퇴임한 한 공과대학 교수가 메일로 보내온 종교란 용어라는 말의 어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종교란 용어가 나타난 것은 일본이 문호를 개방하고 처음 독일과 수교를 할 때 조약문서에 독일인들이 신앙하는 기독교를 ‘Religion’이라고 표현했는데 일본인들은 그와 대등한 자기들의 불교를 보편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고심하다가 「능가경」에 나오는 ‘Siddhanta(최고의 경지에 오른)’라는 용어를 중국에서 번역할 때 종(宗)으로 번역한 데서 불교를 종교(宗敎)라고 하였다고 합니다(小口偉一 편 ‘宗敎學辭典’ 동경대출판회 간). 이 이야기는 금강대학의 최종석 교수가 비교종교학 강의 중에 한 내용의 요약입니다. 그러니 종교는 불교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교학이나 불교학을 전공한 학자들은 모름지기 불교를 종교로 그리고 기독교를 지칭하는 Religion은 그 의미로 보아 신교(神敎)라고 불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광 스님은 이어 「불교문화」12월호에 실린 한형조 교수의 글 일부도 소개했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엄밀한 의미에서 ‘교리’가 아니라 ‘과학’이고, ‘신앙’이 아니라 ‘지식’이다. 종교(宗敎)는 19세기 중엽 이전까지 동아시아 전통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용어로 일본이 서구의 문물과 제도를 급속히 학습하고 습득하기 위해 발진시킨 대규모 번역사업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서광 스님은 첫 번째 인용글은 개인적으로 메일로 전달된 것이지만, 한형조 교수의 글을 접하면서 불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져서 소개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수행 중인 서광 스님은 미국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종교냐 아니냐’의 ‘신선한’ 문제제기에 대해 일부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불교가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니 과학이니 했던 것은 서양인들이 자기네 상황에서 좀 더 불교를 널리 알리고자 방편적으로 사용했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불교를 잘못 이해해서 그렇게 주장해 왔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서양의 수행자들과 불자들 사이에서도 불교를 학문으로 또는 불교의 전체교리는 제쳐두고 명상수행만을 뽑아서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는 폐단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중이다.”

서광 스님은 “불교는 인과와 연기, 인연법을 근간으로 가르치고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과학이고 내면의 정신세계, 즉 우리의 의식·무의식의 세계를 시로, 그림으로, 춤·음악 등으로 표출하고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예술이기도 하다. 또 인간의 마음작용을 설명하고 있기에 심리학이기도 하고 아픔과 고통을 치료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는 정신치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서광 스님은 또 “끊임없이 삶의 존재방식이나 의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철학이기도 하고 우주의 현상, 물리적 세계에 대한 설명과 가르침은 물리학·화학이기도 하다. 경제학은 어떻고 경영학은 또 어떤가? 자연의 영역이든 인간의 영역이든 불교의 논리와 가르침이 통하지 않는 영역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핵심에는 종교적 수행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