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종교국과 중국불교협회의 태고종을 대하는 태도는 시종 매우 진지하고 정성을 다해 환대하는 것,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중국이 왜 조계종이나 천태종이 아닌 태고종에 대해 그토록 최상의 대우를 했을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신주화악 서울공연 당시 태고종이 종단적 차원에서 정성껏 대접을 한 데 대한 답례의 차원을 들 수 있다. 실제 태고종은 어려운 종단형편에도 불구하고 전 종도가 모연을 해서 신주화악 공연단 200여 명에 대해 정성을 다해 편의를 제공했다. 태고종의 팍팍한 형편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정보를 갖고 일부 우려를 가지고 있던 중국불교계는 당시 태고종의 저력에 크게 놀랐고, 고마움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환대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만 중국의 환대를 해석하기에는 미진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세계불교의 중심으로 재도약하려는 중국의 계획에서 한국의 태고종이 보전해오고 있는 옛 중국의 불교전통 의식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해석이 두번째 이유로 더 설득력을 갖는다. 이번 영산재 중국 시연과정에서 중국 종교국 관계자나 불교협회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1200년 전 중국에서 전수해간 불교의식을 한국의 태고종이 원형대로 전승해온 것에 대한 놀라움과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또 조박초 회장이 주창한 한중일 불교의 황금유대 일환으로 영산재 시연을 평가한 것 또한 중국불교가 영산재 의식을 역수입해 문화혁명 이후 소멸된 중국불교의 전통문화의식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조계종이나 천태종과의 교류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무형의 불교문화유산(비물질 문화유산)을 비록 한국불교계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위축돼 있는 종단이기는 하지만 태고종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측이 처음 대하는 생소한 영산재를 지루한 표정을 짓지 않고 시종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것이나, 시연 중간 중간에 감동을 감추지 않은 것 또한 중국불교 재건을 위해 불교전통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하지 않았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로 중국은 2년전 열린 제1회 세계불교포럼을 통해 세계 불교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도를 공표했고, 내년 3월 전후 제2회 세계불교포럼을 통해 확고한 위치를 굳히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엽소문 종교국 국장이 이번 회동에서 태고종 운산 원장의 내년 3월 방중을 강력히 희망한 것도 중국의 세계불교 종주국 구상에 태고종의 전통불교의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연이 성사되기전 중국 종교국 관계자가 봉원사를 직접 방문해 영산재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식적인 행사교류에 그치지 않고 중국불교 복원의 구체적인 콘텐츠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한 중국불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불교자원과 인구 수, 정부와 불교계의 적극적인 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중국불교가 세계 불교의 중심으로 다시 설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