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고독한 늑대이다. 자기만족은 예술가를 멸망시킨다.”

자칭 떠돌이별인 그가 연 전시회를 보면서 서머셋 몸이 던진 그 말이 생각났다.

스님 친구가 유난히 많은 목사. 큰절 범종불사에 교인들의 헌금을 모아 시주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던, 교회보다 절집에서 더 대접을 받는 목사. 옆동네 스님과 음악회를 연다고 분주하던 그는 어느날 훌쩍 유럽으로 떠났고, 여러장의 컴필레이션과 3장의 독집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그러다가는 또 예수님, 부처님 동화를 썼다고 출판기념회를 열곤 했다. 그 사이 <마중물>이라는 시집, <참꽃 피는 마을>이라는 수필집도 나왔다.

그러다 지난 2005년부터 모든 활동을 접고, 담양 병풍산 자락에 흙집을 짓고 은거에 들어갔다. 가끔 먼나라 여행도 즐기면서 홀연히 지낸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연 그림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자기만족을 모르는, 혹은 할 수 없는 임의진 목사의 전시회에는 집시, 고독한 유랑자,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반골들(?)로 가득했다. 또 한켠에는 담양의 호젓한 풍경, 무당벌레며 작은 생명체들이 숨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그림이나 외롭고 쓸쓸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어느 그림에선가 일곱 개의 점이 박힌 무당벌레가 깊은 계곡 위를 날아오르는 풍경을 보면서, 문득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시회에 등장하는 그림 대부분은 임 목사가 지난 여름 히말라야 카슈미르에서 돌아와 두어 달간 꼼짝 않고 그린 작품들이다.

“지난 여름에 히말라야 서쪽 카슈미르 지역의 해발 5000m도 넘는 산맥들을 타고 다녔어요. 추운 곳에 있어서 그런지 남미의 뜨겁고 찬란한 태양과 자유와 혁명의 열정,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추는 탱고의 리듬이 그리웠지요.”

남미의 뜨거운 태양과 열정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첫 전시회를 관통하는 주제어이기도 하다.

푸른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지는 소년들을 그린 ‘점핑 댄스, 쿠바 아바나의 아이들’, 여자여 울지마라는 밥 말리의 음악에 맞춰 망사 티셔츠 차림의 여인이 춤을 추는 ‘밥 말리, No Woman No Cry', 아직은 어색한 남녀가 탱고음악에 따라 조금씩 다가서는 ‘탱고 레슨’ 시리즈들이 전시장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게 만든다.

그의 유쾌한 고독은 세상에 대한 그리움으로 표현됐고, 모든 화폭마다 그 발랄한 그리움이 넘쳐흐른다.

아주 작은 벌레의 움직임과 노을 지는 산을 향한 나무의 흔들림과 같은 작은 것들에서부터 지구 저 반대편에서 싸우고,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에 대한 임 목사의 유랑과 연민은 한이 없다.

역시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임을, 임 목사는 그림을 통해 또다시 이야기하고 있다.

‘어깨춤 임의진-보헤미안 랩소디’ 10월 2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타블로. 02)723-6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