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여진 새 우편물이 놓여있다. 전시회 브로셔다.

전시도록을 펼쳐보니 너덜너덜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옛날 그림들을 사진 찍은 것인지, 아니면 수십년전에 그려놓았던 그림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것인지….

그러고보니, 예전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조선시대의 그림 상당수가 중국 그림들을 모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 김에 동양화를 전공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그의 설명인 즉 임모법(臨摹法)은 동양화의 한 기법으로, 과거 동양의 화가들은 예전에 그려진 그림을 베끼고 또 그림으로써 그 그림을 익히고, 나아가 베끼는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한다.

‘아! 그래서 그림이 너덜너덜 했구나.’

그 너덜한 그림, 아니 임모(臨摹)기법으로 그려진 그림은 불화작가 현승조 씨의 작품들로, 그의 회화전이 10월 28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현 작가는 “이번 전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임모 작품들 중 원작이 오래돼 색감은 물론 박락된 그림까지 세심히 그려넣은 현상모사 작품들은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과 지나온 세월의 흔적까지 나타내고 싶었다”며 “월인천강의 묘법처럼 우리 주위 어디서든 부처님의 법을 만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의 묘법. 하늘에 떠있는 달은 하나이지만 그 빛은 모든 강에 두루 비춘다는 말처럼, 세상 구석구석을 수놓은 삼라만상에 부처님의 말씀이 깃들이지 않는 곳 어디 있으랴마는, 그 모습을 형상화하는 이의 눈에는 그 모습이 더더욱 그 미묘하고 세세하게 비춰지나 보다.

시간이 그려놓은 잔금과 탈색된 빛깔까지 고스란히 담아놓은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천강에 비친 달의 형상 떠올랐다.

현승조 작가는

2004년 용인대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코리아헤럴드 전통문화예술대전 특선, 겸제진경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