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라 저술로 알려져온 『금강삼매경』이 신라가 아니라 중국에서 쓰여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석길암 연구원은 10월 17일 법련사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제83차 월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금강삼매경』의 성립과 유통에 대한 재고’에서 “지금까지 『금강삼매경론』과 함께 원효의 저술로 알려져온 『금강삼매경』이 신라가 아닌 중국에서 제작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학자 야나기 세이잔, 기무라 센쇼가 『금강삼매경』이 신라승려 대안(大安) 혹은 원효의 주변인물이 찬술자일 것이라는 추정을 한 이후 버스웰, 김영태, 고익진, 이기영, 남동신 등 국내외 학자들 또한 신라에서 찬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전개해왔다. 동국대 김상현 교수가 신라찬술설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국내 학계에서는 『『금강삼매경』』이 신라에서 저술됐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기존의 신라찬술설과 석 연구원의 중국찬술설의 견해가 상반되는 부분은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이 경이 중국 삼계교의 영향으로 혹은 신라 사상계의 요청에 의해 원효 혹은 주변 인물에 의해 저술됐다는 점, 둘째, 송고승전에 원효의 저술로 추정되는 장면이 묘사됐다는 점, 셋째, 『금강삼매경』이 중국보다 신라에서 먼저 유통됐다는 점이다.

첫 번째 논쟁점에 대해 석 연구원은 “『금강삼매경』이 중국 삼계교의 영향에 의해 저술됐다”고 주장했다. 석 연구원은 “『금강삼매경』에는 7세기 중반까지 중국에서 성행한 불교사상 대부분이 망라되었고, 그 중에서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석 연구원은 “이 시기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은 주로 삼계교를 중심으로 전개됐고, 『금강삼매경』에 보이는 말법에 대한 의식과 지장보살의 위격 역시 삼계교와의 친연성에 무게를 두게 한다”고 지적했다.

석 연구원은 금강삼매경에 등장하는 상법주세 어말겁중이라는 부분에 대해 주목했다.

이 부분에 대해 석 연구원은 “금강삼매경의 찬술자는 이 경이 ‘상법이 주하고 말법의 시대가 되었을 때를 위한 것’임을 드러내며 ‘지장보살’을 강조한 반면, 원효의 해석은 경의 찬술자의 의도와 달리 ‘앞서 광설한 경은 정법시대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 이 경은 상법(像法)시대를 교화하기 위한 것임을 말한다’고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즉 금강삼매경 찬술자는 말법을 대비하는 경으로 언급한 반면, 원효는 상법시대를 강조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점이다. 경의 찬술자와 론을 저술한 원효가 다른 견해를 가졌다면 이는 원효 혹은 주변 인물이 경의 찬술자는 아니라는 것이 된다.

석길암 연구원은 이어 원효와 원효 주변 인물이 찬술자가 아닌 이유는 바로 “원효가 이 경을 후대에 새롭게 지어진 경전 즉 위경(僞經)이 아니라 진경(眞經)이라고 믿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석 연구원은 “신라찬술설은 송고승전 원효전에 의거해 전개되는데, 이 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라 사신이 금해 용왕으로부터 삼십래지의 중답산경을 받아오고, 대안이 이를 철하고 원효가 소를 지었다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석 연구원은 “이 장면을 신라 찬술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라 사신이 당으로 가다가 용왕에게서 경을 얻었다는 부분을 경의 출처가 당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석길암 연구원의 주장대로 『금강삼매경』이 중국 삼계교도들에 의해 쓰여진 경전이라면 왜, 『금강삼매경』이 중국이 아닌 신라에서 먼저 유통된 것일까.

석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삼계교에 대한 금지령이 중국에서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그 중 695년부터 725년 사이에 이루어지는 네 차례 금령으로 『금강삼매경』의 유포에 큰 장애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연구원은 “아마 경의 유통이 신라와 당에서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지만 금령으로 인하여 당에서는 그 유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석길암 연구원은 “『금강삼매경』의 편찬 지역으로 종남산 및 장안 일대를 비정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마라집 이래 당말(唐末)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만큼 이 지역은 『금강삼매경』에 원용된 다양한 경전군들이 폭넓게 융해된 곳이고, 무엇보다도 삼계교의 개조인 신행 이래 삼계교의 중심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석 연구원의 설명이다.

석 연구원은 또 “『금강삼매경』이 신라로 유입되는데 관여한 인물이 의상”이라고 주장했다.

석 연구원은 “의상의 스승인 지엄이 삼계교의 영향을 받았고, 의상의 강의록으로 알려진 화엄경문답에도 역시 삼계교의 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경의 전래자를 의상으로 상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 연구원의 주장대로라면, 『금강삼매경』은 6～7세기경 중국 삼계교도들에 의해 중국 종남산 내지 장안 일대에서 저술되었고, 의상에 의해 신라로 유입되었으며, 원효는 의상으로부터 이 경을 받아보고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했다는 것이 된다.

석 연구원은 앞으로 불교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강삼매경』이 중국 저술이라는 주장을 국내의 학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 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올 것인지, 활발한 논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