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 교육사업과 교육기관의 현주소를 한눈에 되짚어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는 10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현대불교의 교육기관’을 주제로 제3회 종단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1부 세미나에는 관련 학자들이 조계종 교육기관을 발표했다. 김광식 부천대 교수가 가야총림을, 고영섭 동국대 교수가 해인대학을,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가 중앙승가대를,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가 광동중학교를 발표했다.

또 2부 세미나에서는 현재 승가대학에 몸담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 비구니 승가대학들에 관한 발표를 맡았다.

운문사 운산 스님이 ‘운문사 승가대’를, 청암사 불림 스님이 청암사 승가대를, 동학사 수정 스님이 ‘동학사 승가대’를, 봉녕사 요경 스님이 ‘봉녕사 승가대’를, 삼선승가대 수경 스님이 ‘삼선승가대’의 역사와 현재를 소개했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발표는 ‘불교 고등교육기관 해인대학 연구: 1946~1967’를 발표한 동국대 고영섭 교수의 발표였다. 고 교수는 애초에 불교계에서 설립했지만 후일 타 사립재단으로 넘어가 현재는 경남대학교가 된 해인대학의 당시 운영실태를 소개하면서 불교계 고등교육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고영섭 교수는 “불교계 유일의 정규대학이었던 동국대가 아홉 차례나 학교이름을 바꾸면서 이어졌던 것은 불교교단의 잦은 분규와 학교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의 부재 그리고 재정적 기여도의 미흡에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가 해인대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었으니, 불교교단의 열악한 재정구조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끝없는 분규와 경영진의 무능 등이 해인대학을 마산대학으로 이어지게 했고 다시 경남학원 재단으로 학교가 넘어가 오늘의 경남대학교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이어 “해인대학의 운영 실패는 불교계 대학 운영에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음에도 불교계 대학운영은 아직까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해인대학은 불교계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이라는 ‘희망’과 교육 인식의 결핍과 물적 토대의 빈곤이 결국 재단 매도라는 ‘절망’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날 논평을 맡은 황인규 교수 또한 종립대학의 현실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논평자는 동국대 90년지 편찬간사와 100년사 편찬위원을 지내면서 종단이나 학교당국의 무성의에 무척 놀란 바 있다”며 “동국대와 비슷하게 시작한 고대, 연대, 이대 등의 교사와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교사의 정리 및 편찬은 우리 학교의 지난 날을 회고하고 현재의 좌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어 “이제서라도 해인대학의 역사를 조명하게 된 것은 다행중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만큼 학교 운영자들의 교육에 대한 무지 내지 인식의 미흡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학교와 관련된 자료의 정리 및 확보가 시급하며 불교학교의 운영은 정치나 경제의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교정신과 교육, 이에 기초한 불교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이에 바탕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해인대학처럼 불교와 먼 인사들이 학교를 운영하고 행정이 좌지우지 했을 때 불교와는 관계가 없는 학교가 될 것”이라며 종립대학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가야총림의 설립과 운영’을 발표한 부천대 김광식 교수는 한국 현대불교사에서 총림의 최초성을 갖고 있는 가야총림의 역사와 성격을 고찰했다.

김 교수는 “가야총림은 1946년 10월경 해인사에서 설립돼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약 4년간 존속했다”며 “해방공간 선방 수좌들의 고민, 동향, 수행이라는 움직임이 가야총림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가야총림은 일제하 불교와 정화공간의 불교를 연결지우느 점검다리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며 “일제하 식민지 불교에서 각처의 선방, 토굴 등지에서 수행하였던 수좌들이 대거 가야총림으로 집합하면서 해방공간 수행도량의 대표성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서 수행했던 수좌들이 이후 불교정화운동에 참여했다”고 평가했다.

중앙승가대 30년 역사의 성찰과 승가교육의 과제를 발표한 중앙승가대 김상영 교수의 승가교육의 과제로 ‘기본교육기관의 체계 개선 및 확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기본선원은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수행기관의 성격이 강하며, 동국대는 일반인과 함께 수학해야 하는 관계로 승가전문교육기관이라 보기 힘들고, 또한 강원과 중앙승가대는 동일한 승가대학이라는 명칭을 지니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동질 동급의 교육기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조계종은 승려교육 안목이 부족하다거나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기본교육기관 재정비 사업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