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의 반대로 종교차별 금지를 법제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종교차별 금지 법제화와 관련 개신교계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열린 ‘공무원 종교중립법’ 토론회에서도 개신교의 입장을 대변한 연세대 신학과 김상근 교수가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당 불자모임 연등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해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개신교계 일각의 반대가 개신교계 전체의 의견으로 공론화할 경우 불교계가 정부에 요구했던 4개항 중 핵심내용인 종교차별을 금지 법제화는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이날 토론에서 불교계와 민주당 연등회는 ‘입법 찬성’을, 개신교계는 ‘입법 반대’를, 천주교는 ‘법제화와 개신교의 성시화 운동 포기’를 각각 주장했다.

불교계와 민주당 연등회는 이날 “공무원의 종교차별 금지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다.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법이라면 국회 고유의 입법권을 행사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신교측 토론자로 나선 김상근 교수는 “아니다. 종교는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적영역이다. 사적영역을 공적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종교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있다. 법제화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창일, “종교차별금지법제화는 국회의무‘

발표에 나선 강창일 의원은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민주공화국의 의미는 왕정도 아니고 독재국가도 아니고 기독교 국가도 더더욱 아니”라며 “정부와 공무원의 특정 종교 편향, 특정종교 차별 행위는 헌법 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강창일 의원은 “종교차별은 중대 사안으로 공무원 복무규정이 아니라 상위법인 법률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징계가 아니라 징역이나 벌금 등 사법적 처벌 규정을 둠으로써 원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근, “종교간 대립심화 법제화 반대”

이에 대해 김상근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종교차별금지법이 진정 종교간의 상생의도인지 의심스럽고 냉철하게 법리적으로 진행됐는지 살펴야한다”며 “종교차별금지 법안을 제안한 한나당의원도 있지만 토론회에는 민주당의원과 불자들이 대부분 참석한 것을 보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상근 교수는 또 “만약에 법제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법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종교중립은 상호존중 정신과 양심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스님은 절로, 목사는 교회로, 신부는 성당으로 돌아가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햐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숙, “대통령은 임기중 종교활동 중지해야”

토론자로 나선 박선숙의원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로 법제화”라며 “개신교의 편가르기 근저에는 무엇이 있기에 그들을 독하게 만드는지 의문이다. 아마도 자신들은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바탕에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숙 의원은 “사실 법제화를 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통령은 임기 중 종교활동을 중지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는 공직자의 종교중립 입법 추진 배경과 사례들에 대해 발표했고, 법무법인 신화 김형남 변호사는 종교차별행위를 금지하는 헌법적 법리를 설명하며 입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개신교계의 입법 반대 입장이 분명해짐에 따라 종교차별 금지 법제화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교차별 금지입법화가 개신교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할 경우, 입법을 전제로 대정부 투쟁의 날을 거둬들인 불교계의 행보는 난처해질 개연성이 커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천주교부산교구 조욱중 신부, 종교평화위원회 이지범 집행위원, 허진민 변호사, 문광부 윤남순 종무1담당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