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급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 건물 주변에는 앞으로 20～25m 인근에 나무가 없는 이격공간을 두어 산불이 발생해도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과 산림청(청장 하영제)는 10월 1일 수요일 오후 2시 경남 합천군 소재 해인사에서 ‘문화재안전지킴이’ 협약식을 갖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산불피해 예방사업 및 활동에 상호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이 합의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산불방지 협약’에 따르면 사찰에서 20∼25m 인근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제거하고, 그 침엽수를 제거한 자리에는 꽃나무나 풀을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조성하게 된다. 또 이격공간으로부터 25m까지는 완충지대를 두어 나무는 그대로 두되 솎아베기와 가치치기를 하고 땅에 떨어진 낙엽들을 제거하고 땅에 떨어진 낙엽들을 제거해 산불 확산을 방지할 예정이다.

첫 시범모델로 선정된 해인사 주변 1km에 대해서는 협약식 이후 대장경판전과 홍제암을 중심으로 이격공간과 완충지대 조성을 위한 솎아베기, 가지치기, 잡목제거 등 숲가꾸기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번 협약은 그동안 조계종 문화부에서 꾸준히 문화재청과 산림청에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사찰 측에서 진작부터 이같은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산림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 산림청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해인사를 시범사찰로 시작해, 통도사⋅송광사 등 삼보(三寶)사찰에 이어 전국의 문화재 보유사찰로 산불피해 예방을 위한 ‘문화재 숲가꾸기’ 작업을 올해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서원, 향교 등 기타 목조 문화재에 대해서도 2009년까지 숲가꾸기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앞으로 국보, 보물로 지정된 중요목조문화재 뿐만 아니라 전국의 사적지, 중요민속자료(가옥, 마을 등) 등을 대상으로 숲가꾸기 시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산불방지 협약’은 지난 2005년 4월 양양지역 대형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되고 올해 2월에는 방화로 숭례문이 소실되는 등 화재로 목조문화재가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화재에 취약한 목조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마련된 것이다.

올해 4월 전남 화순 운주사 인근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변 산림을 모두 불태웠으나 불길 한 가운데 놓였던 운주사 대웅전 등 사찰 건물 9동이 모두 안전하게 보존된 것은 숲가꾸기 작업으로 인해 불길이 건물로 옮기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선운사의 경우 근대 이전부터 대웅전 주변에 나무가 없는 이격공간을 조성하고 이격공간 뒤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동백나무를 심음으로써 자연상태의 산불보호 장치를 만듦으로써 지금까지 선운사 대웅전이 안전하게 보전될 수 있었다.

이처럼 주변 산림정비를 통한 산불예방 사업은 목조문화재 보호에 상당히 중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솎아내기, 잡목제거 등의 작업은 건강한 숲을 조성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영제 산림청장은 숲가꾸기는 나무의 생장을 촉진시켜 산림을 건강하게 만들고 목재가치를 높이는 사업이지만 유사시에는 산불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고 문화재 주변 경관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사업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