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대정부 투쟁이 11월 1일 대구대회를 끝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산하 25개 교구본사 주지들은 9월 26일 오후 3시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열고 대정부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구경북범불교도대회가 대정부 종교편향 규탄 움직임의 마무리 행사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 된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브리핑에서 범불교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원학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와 불교계가 가장 크게 마찰을 빚어온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대구 대회 이후 사과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수용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무조건 퇴임을 줄기차게 외쳐온 입장의 사실상 철회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에 대해서는 “9월 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유감의 뜻을 언급해 전보다 훨씬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준 데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해 사실상 더 이상의 사과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 번째 요구사항인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들에게 대국민 화합조치를 실시하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화합의 뜻을) 수용하고자 하는 뜻 밝혔고, 집행부는 원만히 매듭지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전했다”며 “그러나 우리가 불구속, 구속 등 처벌강도를 결정할 위치는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의 결정에 맡길 것임을 시사했다.

세 번째 요구사항인 공직자 종교차별금지법 제도화에 대해서는 “이번 회기 안에서 종교차별 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볼 때 이번 국회 회기 안에 종교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불교계와 정부의 관계는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교구본사주지회의의 이 같은 입장과 관계없이 대구경북 범불교도대회는 예정대로 추진된다. 다만 그것이 규탄대회일지, 종교편향 규탄를 정리하는 차원의 대회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원학 스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장소, 날짜, 대회명칭을 집행부에 일임했다”며 “소위원회가 구성되고 실무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규탄대회의 성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화합과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실천대회로 할 것인지 결정할 것을 위임받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구경북범불교도대회는 종교차별 금지법이 제도활 될 경우 아주 낮은 강도의 규탄대회 내지 국민화합 수준의 법회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구 대회의 장소로는 대구동성로4거리, 대구두류공원, 동화사 셋 중 한 군데를 정하는 것으로 교구본사 주지들이 뜻을 모았다고 원학 스님은 전했다.

‘불교계가 대구대회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으려 하느냐’, ‘기조가 갑자기 바뀐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원학 스님은 “기조가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종교계에 심려 끼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후, 이것을 사과로 받아야하나 말아야 하나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왔다”며 “끝까지 대정부 투쟁을 하기 보다는 대통령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불교가 사회문제에 관심 가지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 유감표명을 받아들이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원학 스님은 또 “종교차별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시간을 주는 것뿐이지, 이 선에서 100% 마무리 지으려는 것 아니”라며 “그 다음 수순에 대해서는 대구경북대회를 치르고 난 다음 말씀 드리겠다”고 말해 일단 여운을 남겼다.

원학 스님은 이어 “솔직히 이 정부가 지속되는 한 종교편향이 없으리라 확신할 수 없고, 또 앞으로 종교편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는 불교신자도 없으리라 본다”며 “중앙대책위와 함께 대응방안을 만들고 공직자 종교차별 못하도록 감시단체도 만들어 장기적 대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또 “이 정부가 종교편향 사례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지역대회는 더 안 해도 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 정부를) 신뢰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서울봉헌 등 기독교인의 신념을 공직사회에 퍼뜨려온 인물인 만큼, 대책위가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장기적으로 대응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또 “10월초까지 영남 지방의 행사들에 참여하면서 지역 종도들의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며 “그들의 의견들이 모두 애종심인 만큼 그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최대한 반영을 시킬 것인지 고민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학 스님은 “불교계에서 종교차별 금지를 법으로 제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경우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에서 입법조치를 통해 제정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이자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같은 입장은 대통령의 약속을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도들을 설득시키고, 정부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하려면 대통령령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