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은 9월 23일부터 11월 30일까지 특별전 ‘신라와 서아시아’를 개최한다. 국립제주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 전시는 신라가 받아들였던 외래문화의 하나인 서아시아 지역의 문물을 소개하고 신라가 이를 어떻게 자기화 또는 재창조했는지를 살펴보고자 마련한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신라 유물 등 110여점과 함께 일본의 미호뮤지엄, 오카야마시립오리엔트미술관, 도쿄고대오리엔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아시아 지역(동지중해연안 및 시리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문화재 49점을 전시한다.

전시는 크게 3부로 이루어진다. 제1부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에서는 서아시아 문화가 신라에 직접 전래되기 이전인 청동기시대부터 3세기까지의 문물들을 살펴본다. 서아시아에 기원을 둔 유리(琉璃)는 한반도에 철기문화와 함께 전해졌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반도에서도 직접 유리를 만들게 된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출토되는 유리 거푸집들이 그 증거의 하나다. 한편 금제품에 보이는 금세공 기술도 중국 또는 북방유목민족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제2부 ‘서아시아 문물의 수입, 그리고 재창조’에서는 서아시아 문물이 다수 출토되는 신라의 대형 적석목곽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서아시아에서 수입된 제품들을 전시하고, 완제품뿐만 아니라 제작 기법 상의 연관 관계도 보여주도록 한다. 대표적 수입품은 유리그릇들과 계림로 출토 장식보검(裝飾寶劍) 등으로 서아시아 지역 출토품과 비교 전시한다. 미추왕릉지구 무덤에서 출토된 사람 얼굴을 감입(嵌入)한 유리구슬은 서방에서 전래된 것이지만, 황남대총에서 나온 노란색 점을 감입한 감색 유리구슬은 서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신라에서 자체 제작한 예다. 아울러 금제품의 누금(縷金), 타출(打出), 감옥(嵌玉) 기법 등을 소개하면서 이와 비교할 수 있는 서아시아 유물을 전시한다. 신라 금제품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금관(金冠)이나 귀걸이는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재창조한 신라인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준다. 뿔잔[角杯]과 동물모양토기의 기원도 서아시아에 있지만 형태나 무늬 등은 이미 신라화(新羅化)되었음을 보여준다.

제3부 ‘신라에 온 서아시아인’에서는 서아시아와 직접 교류했던 신라 통일기의 양상을 살펴본다. 괘릉(掛陵)과 구정동 방형분(九政洞方形墳)의 서아시아적 무인상들은 그들이 옛 신라와 내왕했던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이슬람 문헌에 보이는 이슬람인들의 신라 거주 기록과 함께 소개한다.

끝으로 파키스탄에서 출토된 포도당초문이 장식된 건축 부재와 당초문, 함조문, 인동문, 보상화문 등이 표현된 신라의 와당(瓦當)과 청동 그릇을 함께 전시하여 문양상의 공통점을 비교해 본다.

전시 기간 중인 10월 9일~10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란, 카자흐스탄, 중국, 일본의 연구자들을 초청해 ‘신라 문화와 서아시아 문화’란 주제로 두 지역의 문화 교류를 유리와 금속공예품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10월 7일부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제국-페르시아’ 특별전과 함께 상호 보완적인 전시가 될 수 있도록 했고,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신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 전시가 끝나면 이 전시회는 자리를 옮겨 12월 16일부터 2009년 2월 15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