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한 삶을 추구하며 천상의 길을 찾는 여행을 계속 한다. 그 끝없는 동경은 [계단]의 이미지와 겹친다. - 히데오 다카수 -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로 드러난다. 세월의 무게들을 나무는 자신의 가슴에 차곡차곡 그려넣고, 하늘을 향한 꿈, 대지의 근원으로 향한 열정을 키워나간다.
9월 17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K에서 열리는 일본의 조형작가 히데오 다카수 초대전. 나무의 결을 따라 만들어낸 조형물들은 긴 윤회의 터널을 빠져나온 존재들임에도 여전히 살아숨쉬는 유기체처럼 활발발하다.
히데오 다카수는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윤회의 고리들을 읽고,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번 신작 개인전에서는 나무라는 소재 그 자체를 살린 부조(릴리프) 작품을 발표했다. 소재로는 퍼플하트, 블랙 월넛, 파인, 흑단, 진다이나라, 느티나무 등 다양한 목재가 사용되었는데, 목재들의 사연이 마치 한 편의 소설의 줄거리 같다.
퍼플하트는 목재를 잘라 공기와 반응하면서 선명한 보라색으로 변한 나무이다. 진다이나라는 몽골에 가까운 바이칼호의 점토질인 호수 바닥에서 약 3만 년간, 화석이 되지 않고 잠들어 있는 나무라고 한다. 이러한 목재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과 연륜의 모양을 짝을 지어 계단의 형체를 짜 넣은 작품을 구성한다.
소재가 가진 자연이라는 천연의 특징을 끌어내는 것은 다카스의 작업에서 큰 핵심이 되고 있다. 마치 두두물물에서 불성을 발견하듯이 다카스는 나무 본연의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몇 만 년이라는 시간을 깊숙이 봉해져 있던 나무의 이야기에 새롭게 다카스의 손길이 더해져 현재의 시간이 새겨지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미래로 도달하도록 시간이 한 순간에 흘러간다. 잠들어 있던 나무의 이야기가 다시 꺼내어 전해진다.
다카스는 “나는 단재나 유목 등의 소재를 조합하거나 쌓아올림으로서 다시 살아나게 한다는 소생조적(蘇生組積)을 테마로 해왔다”라고 말한다.
소생조적(蘇生組積). 조합하여 쌓아 올림으로서 다시 살아나게 한다는 그 말은 죽은 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는 다카스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겁겁의 인연으로 나고죽기를 반복하는 중생의 삶을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번 작품사진은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인 도몬켄의 제자 후지모리 다케시 씨가 촬영했다. 후지모리 다케시는 주로 불상을 찍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불상을 관찰해온 날카로운 눈빛과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의 작품이 어떤 조화를 이루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