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성도하신 때가 서른다섯이었음을 생각할 때 불화는 결코 오래되고 숙련된 손길만이 그려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인전을 여는 것은 그리 흔치 않다. 그것이 불교회화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불교회화 작가 김정현 씨의 첫 번째 개인전 ‘美 +悟’의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97학번. 이제 막 서른이 된 작가의 자기소개는 겸손하기 그지없다.

“저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아름다우면서 신심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의무이기에 앞으로 더욱 더 정진하겠습니다. 아직 서툰 면도 많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앞으로도 작품에 쏟아야 할 시간과 열정이 많으니 그것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현 씨가 불교회화를 그리게 된 것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에서 비롯된다. 어렸을 때부터 절에 가는 일이 잦았던 김 씨는 스님과의 만남도 다른 여느 또래 아이들보다 많았다고. 그래서 선택한 대학이 동국대 불교미술학과였고, 불화와의 인연이 시작된 지도 올해로 10년이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처님 말씀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테크닉, 작가의 창의성을 추구하는 예술이 아닌, 부처님 법을 화면에 표현하는 신행 활동의 하나임을 깨달아가며, 항상 아름다운 마음과 자세로 그림에 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40년, 50년간 불화를 그린 이들의 마음을 ‘깊은 신심’이라고 한다면 김 씨의 마음은 ‘초발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초발심으로 가득한 불화의 세계는 9월 17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 라메르 3층 제2전시실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