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모습으로 새겨진 아라한상을 친견할 때마다 ‘정말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불자가 되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자답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원력을 아라한상을 보면서 다시금 가다듬게 되네요.” <금강심 보살(성불사 신도)>

천안 태조산의 천년고찰 성불사(주지 원경 스님)가 색다른 아라한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도들의 모습으로 1250여 구의 목조 아라한상 조성불사를 하면서 이색불사라는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불사는 오랜 역사와 소중한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고찰이다. 그러던 중 원경 스님이 주지로 부임해오면서 해가 다르게 도량의 면모가 일신되고, 도량 정비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갖춘 산사음악회, 돋보기 보시 등 다양한 이벤트와 도량 쇄신 불사에 매진 사격이 현저히 격상됐다. 현재는 향후 성불사의 중심전각으로 자리할 아라한전 불사가 한창이다.

언급한대로 성불사 아라한전 불사는 동참하는 불자들의 모습으로 아라한상을 조각해 모신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모습을 한 아라한상이라는 사실에 짐짓 머뭇거리거나 꺼리는 불자들이 없지 않았지만, 점차 긍정적 반응이 늘어가고 있다. 벌써 250상의 아라한상이 조각되었다.

성불사의 아라한상 조성불사는 입소문을 타면서 번져나가 어느덧 교계의 화제로 부상 중이다. 영천 거조암 오백나한을 비롯해 경주 기림사 오백나한 등 인도와 중국을 거치면서 조성되어온 기존의 나한상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성불사를 원찰로 기도정진 중인 신도들의 모습으로 아라한상을 조각하기로 한 것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원경 스님의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는 불사가 과거의 답습이나 재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는 평소의 소신이 뒷받침됐다. 이런 불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불사라는 것이 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원경 스님은 일축한다. 그런 논리라면 백제인의 미소를 나타내고 있다는 서산마애삼존불도 문제 삼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문이다.

성불사가 추진하는 아라한전은 이처럼 아주 특별한 동기로 조성된 1250여구의 아라한상으로 법단이 장엄된다. 부부 아라한, 가족 아라한, 이웃 아라한 등 현대적 감각의 유쾌한 표정을 한 친근한 아라한들이 이뤄낼 광경은 장관이 될 것이라고 성불사 신도들은 굳게 믿고 있다. 신도들은 절에 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느 도반의 모습을 한 아라한상이 등장했을까,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낯익은 아라한상을 보면서 누구누구 아라한상이라며 맞춰보기도 하고, 연세 지긋한 신도님들은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이 아라한상이 위패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주지 스님의 말에 귀를 쫑긋대기도 한다.

주지 원경 스님은 “자신의 모습으로 조성된 아라한상을 보면서 불자님들이 아라한의 경지에 기필코 오르겠다는 마음으로부터의 다짐을 하시기 바란다”며 “이 아라한상 조성에는 세세생생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으며 마침내는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라는, 즉 성불의 발원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성불사 아라한전은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라한전에는 시민선방과 수련시설 등 불자들의 수행정진에 필요한 시설이 갖춰지게 된다.

*천안 성불사?

성불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말사이며 하늘 밑에 가장 편안한 고을, 천안의 태조산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의 숨소리와 혼이 함께 하는 곳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비보사찰 3800개를 건립하라는 도선 국사의 권고를 받고 대흥사를 필두로 하여 전국에 비보사찰 건립 중, 목종 5년 (996년) 태조산 기슭을 둘러본 담혜선사가 백학 한 쌍이 암벽에 부처님을 조성하다가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이곳에 사찰을 건립하여 성불사 하였다. 미처 암벽의 부처님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절의 이름은 성불사(成不寺)라고 지칭했다가 훗날 成佛寺로 개칭됐다.

오늘날까지 백학의 간절한 염원과 미완성 부처님을 바라보며 불이의 사상을 터득하고자 불자님들께서 정진하는 기도도량이고 조선초 무학 대사의 권고로 중건이 되었으나 여러 난을 겪으며 퇴락되던 사찰을 대웅전과 산령각을 복원하고 현재는 성불사 성역화 일환으로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성불사에는 문화재 10호인 대웅전과 도지정 문화재 169호인 삼존 여래불과 16아라한 군상이 있고 문화재 386호인 관세음보살석상 봉안되어 있어 지역 불자들의 기도처로써 유명한 곳이며, 천년고찰 성불사를 감싸고 있는 아름드리 고목들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했음에도 깊은 산중의 산사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법당 뒤편 산자락에 북향으로 우뚝 서 있는 마애입불상이 성불사의 주불이며, 바위 서쪽면 암벽에 새겨져 있는 삼존불과 16아라한군상이 연꽃 대좌 위에 또 연좌가 있어 그 위에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좌우협시불과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16아라한군상들이 자유로우면서도 특색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의 아라한상은 개별적인 한 두 예만 전해져 올 뿐이며 현재 성불사의 삼존불과 16아라한상은 고려 불화에서나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을 뿐, 암벽에 조성된 예가 드물어 그 자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관세음석조보살좌상은 하나의 돌에 부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상으로 거신광배를 갖추고 가부좌한 채 정좌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며 화관대신 독특한 관을 쓰고 있고 한손으로는 연꽃을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상은 고려시대 불상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