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가 내리지만 우리 마음에는 365일 소나기가 내릴 것 같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에게 비를 쏟아 부어도 촛불은 우리에게 비를 막아줄 비옷이 될 것이다.”

애궂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7월 23일 저녁 7시 시국법회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주권재민과 정교분리의 헌법정신 수호를 위한 시국문화제’가 조계사 앞마당에서 열렸다.

문화제 시작과 비슷한 시각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석을 가득 메웠다.

“오늘날 청와대와 여의도에서 민주주의가 이별하였지만 우리 위대한 국민은 민주주의를 보내지 아니하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위대한 희망의 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열정적인 책임의식이 충만해 있음을 확신한다”는 법등스님의 인사말과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국악가수 전명신 씨의 배띄어라에 이어 김현성씨와 이수진씨는 듀엣으로 나와 이등병의 편지와 안도현의 시에 곡을 붙인 제비꽃 편지 등을 불렀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를 낭독한 정희승 시인은 과거에는 자신이 소시민이라 취급받았는데 요즘에는 좌파라 불리운다며 안타까워했다.

가수 안치환 씨는 “촛불에 멍든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다”며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를 불렀다. 안치환 씨는 이외에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을 열창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문화제에는 조계사에서 19일째 농성중인 촛불수배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박원석 상황실장은 “정부와 보수언론은 촛불이 꺼져간다며 선전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깨닫고 참회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나중에 조계사에 합류해 막내라고 불리는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권혜진 사무처장의 부인 임현주 씨도 문화제에 참석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덥고 긴 이 여름 속에서 가슴 떨림과 벅참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서있는 당신이 보입니다. 아이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 것입니다. 옳지 않음을 옳다고 말한 아빠가 옳다고 말입니다”라는 내용을 읽을 때는 청중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진행된 시국문화제는 참가가 모두가 촛불을 들며 마무리됐다.

시국문화제에는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 스님,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법안 스님, 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 지관 스님, 촛불수배자들과 가족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7월 30일 시국 관련 ‘제1차 대중공사’를 열 계획이다.

‘촛불의 진화를 위한 성찰’을 주제로 열리는 제1차 대중공사에는 김지하 시인이 기조발제를, 서울대 우희종 교수가 내부발제를 하고,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 광우병 기독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방인성 목사,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나선다.

추진위는 “제1차 대중공사에서 촛불문화에 대한 진단과 촛불문화가 향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망, 불교의 사회화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