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를 승려답게 하는 기본 원칙이 지계(持戒)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가 현대사회에서 신뢰성을 상실하고 동시에 조계종단이 ‘자성과 쇄신’이라는 화두에 직면한 이 때, 근세 한국불교의 율풍을 진작시킨 조계종 초대 전계대화상 자운 성우(慈雲 盛祐, 1911~1992) 대율사의 탄신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려 주목받았다.
자운 대율사 탄신 일백주년 기념사업회(대표 세민 스님)는 4월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자운대율사 탄신 10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운 대율사의 생애와 사상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자운 대율사에게 보살계를 받은 동국역경원장 인환 스님(아래 사진)은 기조발표를 통해 “자운 대율사께서는 조선조 5백 년간의 배불정책으로 쇠잔했던 불법이 다시 일본강점기의 식민지 수탈과 왜색불교화하게 된 것을 통탄해 계학을 근본으로 율장연구에 매진했다며”며 율사 양성에 노력한 자운대율사의 모습을 조명했다.

인환 스님은 “자운 대율사는 1953년부터 통토사에서 ‘상노전’ 소임을 보며 석암 혜수 스님, 일우 종수 스님, 동곡 일타 스님, 가산 지관 스님 등에게 율장연구를 지도했다”며 “이때 자운 대율사에게 계율학을 전수받은 스님들이 한국불교의 율학을 계승·발전시키는 기둥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운 대율사는 계율의 유포를 위해 1949년부터 한문본 <사미율의>, <사미니율의>, <비구계본>, <비구니계본>, <법망경> 등을 출간, 2만 5천 권을 널리 유포했으며, 이 책들의 한글 번역본을 3회에 걸쳐 4만 8천 권을 간행·유포시킴으로써 한국불교의 사부대중이 누구나 쉽게 계율의 기본 서적을 읽고 배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환 스님은 “자운 율사 등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조계종의 계단은 옛 의관에서 관여하여 관단위나 사찰단위로 시행하던 사설 계단이 아니라 비구·비구니가 계율을 여법하게 수계해 수지하는 2부승제를 갖춘 전국 단일계단이 됐다”며 “1948년부터 1980년까지 전국의 각 사찰에서 3만 3천 5백 명에게 수계했고 1981년 조계종 단일계단의 전계화상으로 추대된 후 1991년 전계사를 사퇴할 때까지 비구계 2천 9백 명, 비구니계 2천 7백 8십 명 등 1만 7천 9백 3십 명의 사부대중을 수계제자로 맞았다. 그 전후에 수계한 제자들을 모두 합한 수는 무려 10만 1천 4백 3십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법혜 스님(전 동국대 교수)을 대신해서 무관 스님이 ‘율풍진작을 통한 한국불교 중흥의 행적’을 발표했으며 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지공화상의 무생계와 현대 대승보살계에서 계승’을, 법진 스님(전 해인사승가대학장)은 ‘모범총림 운동과 조계종의 성립’을 주제로 발표해 자운 대율사를 기렸다. 태원 스님(전 중앙승가대 총장)은 ‘대중을 위한 자비행’을, 미등 스님(전 불교문화재연구소장)은 ‘참법수행의 전통과 자운율사의 수행의례’를, 혜능 스님(전 해인총림 율원장)은 ‘삼밀을 엄정히 수행한 문수행자’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자운대율사 탄신 100주년 세미나에는 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한편 문도대표 세민 스님은 세미나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께서 2011년 가을에 탄신 백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려 준비했으나 입적하셔 오늘에야 세미나를 갖게 됐다”며 “자운 대율사의 업적을 다시금 되새기고 종단포교와 발전에 밑거름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큰스님의 삶을 되돌아보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지계청정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한다”며 “자운큰스님의 큰 뜻을 이어 종단의 자성과 쇄신결사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원로의장 밀운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전 교육원장 혜총 스님, 전 종회의장 보선 스님,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 대각회 이사장 도업 스님, 송광사 율주 지현 스님, 해인사 율원 학인 등 자운대율사 덕화를 흠모하는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