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는 지구촌을 충격과 공포로 밀어 넣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원전계는 어떤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한국에서 원전 해체에 대한 국제 공조를 주도할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이하 EDENS, Environmental Decommissioning Engineering Nuclear Safety) 준비위원회는 2013년 3월 12일 한·중·일·독일 등 국내외 원전 전문가들을 초청해 원전 안전문제와 해체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독일, 원전 완전 폐쇄 결정…해체기술 혁신 꾀할 것
가장 눈에 띄는 원전정책을 갖춘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오던 원전 완전 폐쇄 정책에 박차를 가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하엘 자일러 독일 생태연구소 베를린 대표(왼쪽 사진)는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모든 노후 원전과 대규모 전력 원전을 폐쇄했고, 현 안전규정을 준수하고 있는 9기의 원전은 2022년으로 마감하기로 했다”며 “절대적인 안전을 원한다면 사고에 대한 그 어떤 개연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독일 칼스루에공대 기술연구소의 얀 브레머는 독일 원전의 해체 절차와 기술, 사례 등을 소개하며 “독일은 원전 해체를 위한 준비가 잘 돼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체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며 이 분야에서의 혁신을 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현재 원전 시설에서 일하는 인력을 해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해체기획 매뉴얼 강화…사고 원전 해체는 ‘골치’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어떨까. 오카모토 코지 일본 도쿄대 교수(일본원자력학회 제염해체연구부회장, 오른쪽 사진)는 “일본은 2006년 마련한 원전 해체기획 지침 기준을 사고 이후 수정했고, 특히 일본원자력학회는 해체와 분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과 화재 방어를 포함한 해체와 분리 기준, 기술목록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고 원전의 해체는 일반 원전 해체와 상이하다. 오카모토 교수는 “발전소 자체가 방사능에 오염된 사고 원전 해체는 일본의 큰 골치 덩어리”라며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안전해체와 관련한 난제에 직면해있지만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 해체야말로 일본 미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원전 포기 못해…안전 교육 확대
중국은 현재 1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30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떠오르는 원전 대량 생산국이다. 전력생산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기 있기 때문에 원자력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쳉쉬 중국 샹하이쟈오통대 교수(왼쪽 사진)는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교훈을 얻었지만 중국은 원전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중국이 원전 사업에서는 비교적 젊은 편인만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숙련된 인력을 양성해 안전한 원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쳉쉬 교수는 “원자력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반영하듯 중국대학의 원자력학과는 2003년 4개 대학에서 2012년 25개 대학으로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한국, 노후 원전 해체 필요…해체 인력 양성 시급
김연민 울산대 산업공학과 교수(왼쪽 사진)는 국내 원전의 안전 현황과 급선무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은 2013년 1월을 기준으로 23개 원전에서 2천 70만 킬로와트의 총 발전량을 생산, 국가 전력 생산량의 34%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의 필수 쟁점은 안전문화, 노후 원전의 해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등 세 가지”라며 “노후 원전, 특히 고리 1호기는 원전 시작 후 불안정한 성능을 보여 왔으며 높은 고장율과 불안한 원자로 상태를 고려, 해체가 강력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와 유럽의 원자력 포기 이후 해체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해체분야의 숙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해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발표의 좌장을 맡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제는 해체 쪽의 체계적인 인력양성과 기술축적을 해야 할 때” 라며 원전 해체를 위한 전 세계적인 공조와 교류,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3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전 안전문제와 해체기술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DENS의 창립을 위한 첫 발걸음인 이날 국제 세미나는 불교생명윤리협회와 원불교 천지보은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