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통신 뉴시스에 ‘하도겸 칼럼’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하도겸 박사가 대한불교 조계종의 기관지 불교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월 20일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하 박사는 이틀 후(24일) 교계 기자들을 만나 “불교신문은 지난달 15일자에서 불자인 본인이 ‘뉴시스’에 연재한 칼럼이 불교를 매도·비하한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인격과 명예를 깊이 훼손하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지나친 표현을 문제 삼은 하도겸 박사의 '하도겸 칼럼' 가운데 일부. (사진=뉴시스 보도 캡춰)

하 박사는 “그동안 원만한 해결을 하려고 했으나 불교신문이 지난 2월 19일자를 통해 (조계종으로 인해) 내가 직장에서 서면경고를 받은 사실을 보도해 나의 선의를 우롱했다”며 “조계종이 나를 ‘예의주시 하겠다’고 했다. 부득이하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하도겸 박사는 어떤 사람일까. 하 박사는 5살 때부터 서울 조계사에 다닌 ‘골수 불자’이다. 지난해 나마스떼코리아를 통해 텐진빠모와 청전 스님을 초대해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서울 법륜사 등에서 참선 교실과 불교경전 모임 법사로 무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사찰 고문서와 성철 스님 자료 등 수십 종을 조계종에 기부했다. 또 부처님오신날 동국대 연등행렬 관불식에 쓰기 위해 직접 적멸보궁이 있는 오대산 중대 사자암에서 물을 길어오기도 했던 ‘신심 장한’ 불자이다.

그런 그가 뉴시스에 칼럼을 발표하면서 졸지에 불교를 비하하는 훼불행위자로 몰릴 처지에 놓여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 박사는 ‘뉴시스]에 지난 2011년부터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칼럼은 인터뷰 내용을 옮긴 것이 대부분이며, 제목은 뉴시스 데스크가 대부분 뽑아 실었다.

하 박사는 “지난해 무진장 스님 추모글 쓴 것이 인연이 돼 주위에서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 필화를 입게 됐다”고 했다.

조계종이 하 박사에게 지적·항의한 부분은 지나친 표현 문제이다. 하 박사는 “조계종은 내 직장에 공문을 보내고 수차례 전화까지 해 시정조치를 종용했다. 조계종이 직장에서 내 서면경고까지 받아낸 것을 봤을 때, 내용이 틀렸다면 조계종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 것이다. 조계종은 내 글에서 ‘땡중’ ‘중놈’ ‘빠순이’ 등 표현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조계종 총무원 00 스님이 나를 찾아와서는 ‘조계종 이야기는 좋던 나쁘던 하지 말라’고 했다. ‘차라리 태고종 이야기를 해라’ ‘선학원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땡중’ 표현을 문제 삼기에, 나쁜 행태를 하는 스님에 대한 정확한 단어를 알려달라고 물었다. ‘나쁜 승려’로 해 달라는 답변이 돌아와 웃었다. 당시 만남에서는 앞으로 불교발전을 위해 협력하자고 서로 동의까지 했다”고 했다.

하 박사는 “조계종 총무원이 나와 2월 27일 만나기로 해놓고, 같은 날 직장으로 보내 온 공문에서는 내가 만남을 거부했다는 허위사실까지 기재했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할 불교 성직자가 신의와 성실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도기사는 공공이익을 위해서 작성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교신문은) 사주(조계종 총무원)의 이익을 위해 헌법이 인정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나의 인격·명예를 훼손하고 내 칼럼의 가치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악의적 수단으로 사용했다.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고 했다.

한편, <불교신문>은 지난달 22일 보도에서 “‘하도겸 칼럼’이 도를 넘었다”며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불교를 비하하거나 일부 문제를 확대해 불교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일반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놈 시절 잊은 조계종 승려에게 웬 3배?’ ‘중놈 시절 잊은 조계종 승려에게 웬 성불?’ 등 칼럼에서 악의적으로 스님들을 비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19일자에서는 하 박사가 근무기관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하 박사의 명예훼손 고소와 관련해 <불교신문>은 “하 박사가 요청한 정정보도 등에 대해 일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계종 기획국장 남전 스님은 “하 박사는 ‘공무원’ 신분으로 칼럼에 지나친 내용을 썼다. 글에서 종단·스님 관련한 언급이 지나쳤다. 건설적 비판이 아니라 시정요구를 했던 것이다. (근무처에 시정조치 요구 한 것은) 종단으로서는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칼럼니스트 하도겸 박사는 자신의 글 어디에서도 직장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불교닷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