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부작용 대한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지식인을 중심으로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EDENS, Environmental Decommissioning Engineering Nuclear Safety)’ 창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는 원전 폐로에 대한 체계적인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을 축척하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단체로, 불교생명윤리협회와 원불교천지보은회가 후원한다.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창설을 위해 3월 12일 국내외 핵 발전 기술전문가들과 핵 발전의 안전문제와 대형원전의 해체기술을 논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불교생명윤리협회(공동대표 법응 스님)는 2월 18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국제세미나를 준비하는 예비 좌담회를 열였다.
이날 좌담회는 박광서 교수(서강대 물리학과)의 사회로 서균렬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김규태 교수(동국대 원자력공학과)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버리면 얻는다. 원전을 없앰으로써 안전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 서 교수는 “중국이 향후 80기 이상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원전밀도 세계 최고국이 된다. 이제는 원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철거와 폐로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북핵 역시 현존하고 있는 위협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폐로 산업에 뛰어들어 핵발전소와 핵시설을 수습, 처리해야 하는 책무와 의무를 지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또 폐로 산업이 민영화되어 있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며 원전 폐로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원전 해체비용은 1기당 2조 7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1기당 해체 비용을 2조 원으로 보면, 세계 440기 원전의 해체시장 규모는 900조 원에 육박한다. 40년에서 60년 정도의 원전수명을 감안하면 향후 50년간 매년 20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서균렬 교수와 김규태 교수
김 교수도 “후쿠시마 사건을 계기로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타당해졌고, 이제는 ‘얼마만큼 안전하지 않냐’는 연구가 필요한 때”라며 원전 폐로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가진 원전 폐로 사업의 가능성을 ‘공기업’에서 찾았다. “모든 발전회사가 민간기업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 김 교수는 “경제성을 극도로 추구해야 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라는 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정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은 세계 선도보다는 이해 단계에 있다”고 진단한 김 교수는 “원자력을 신뢰하는 사람들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 간에는 갈등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가동 중인 원전과 앞으로 도입될 원전의 사고를 최소화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환경에 해가 없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비원자력계와 환경단체들도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예비 좌담회에는 한국수력원자력 기술기획팀과 쌍용건설, 대우건설 등 관련 조직 실무자들이 참가해 원전 폐로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