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를 초조로 전개된 선종 전통에서 간화선이나 염불선 그리고 묵조선 등이 행법의 차이는 있다하더라도 그 뿌리는 모두 같다. 염불선의 뿌리는 달마와 달마 이전의 초기불교에서까지 찾아볼 수 있다.”
조준호 교수(한국외대 남아시아연구소, 사진)는 지난 1월 5일 ‘순선純禪시대 조사들의 사상에 나타난 염불선’을 주제로 열린 청화사상연구회의 정통 불법의 재천명 제5차 세미나에서 염불선(念佛禪)의 뿌리를 보리달마의 조사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세미나의 첫 번째 발표를 통해 ‘달마어록에 나타난 염불선’을 주제로 염불선의 연원과 위상, 보리달마와 염불선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 선의 주류인 간화선 못지않게 염불선 또한 정통성을 가지고 있으며, 염불선의 뿌리는 달마와 달마 이전의 초기불교에서까지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염불선과 관련해 박건주 교수의 말을 인용, “금타와 청화의 염불선의 교리적 바탕이 바로 달마의 저작 <이입사행론>가운데 이입(理入)에 있다”고 말했다. 또 안준영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통선의 정의를 염불과 정심(淨心)에서 찾는다”며 “달마 이래 초기선종은 정통선으로서 오히려 염불과 정심이 결합돼있음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화 또한 염불과 관련한 초기 선종의 시대를 ‘순선시대’로써 ‘정통선’이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강조했다”고 밝힌 조 교수는 “염불수행을 초기선종맥락에 입각해 해석할 때는 선정 속에서 수행됐음을 알 수 있다. 달마로부터 시작하는 초기선종의 시대의 염불을 타방정토에 왕생을 위해 입으로 염불하는 칭명의 범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으로 볼 때 초기선종의 염불수행은 보편적 수행전통인 선정에 바탕하고 있던 것에 비해,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선종이 정토종(淨土宗)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 염불 자체를 스스로 멀리했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모든 선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중심에는 ‘이미 부처’라는 기본개념이 전제돼 있고, 이 같은 기본전제는 달마의 가르침으로 시작하는 초기선종 시대부터 이미 확립됐다”고 말한 조 교수는 “이는 곧 염불과 염불선의 기본전제인 시심시불(是心是佛)을 관통하고 있으며, 때문에 스스로의 마음이 곧 불심 또는 불성임을 심신(深信)하고 당신(堂信)해야 하는 것은 청화에 이르러 신해(信解)라는 말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시심시불’이라는 ‘심지법문’이 서로간의 먼 시차에도 불구하고 달마와 혜능 그리고 청화에 이르기까지 의음동의어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청화의 염불선은 원통불법”이라며 ‘염불선은 모든 수법(修法)을 종합 포섭했으며, 종파(宗派)를 초월한 가장 보편적인 행법(行法)’이라고 한 청화의 설명을 제시하기도 했다. 달마선의 선에서 시심시불이 강조되는 것처럼 ‘스스로 마음이 곧 진리체’이며, ‘스스로 마음이 그대로 진여불성’이라는 이치를 자증(自證)하고 머무는 것이 선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염불선에서 염불은 그대로 중생이 부처라는 자증법인 동시에 중생이 부처 그대로 사는 행법이 된다.
‘간화선 일변도’인 현재 수행풍토 속에서 염불선은 잘못 평가받고 있다고 우려한 조 교수는 “청화의 염불선은 우리시대의 ‘요청의 불교’라고 할 수 있다”며 “원통불교라고도 규정되는 청화의 불교해석과 입장은 간화선 일변도로 치닫는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깔려있다. 불교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대응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염불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논평에 나선 김호귀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는 “조준호 교수의 발제에 대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순선시대에 대한 시기만 언급했을 뿐, 개념적 정의, 본질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아 일부 대목은 재고를 요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