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현대포교의 새 장을 개척하며 저자거리 포교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열린선원(원장 무상법현 스님)에서는 지난 1월 31일(일) 오전 11시 갑오년 설을 맞이하여 열린선원 대불전(큰법당)에서 “설맞이 합동차례 및 세알세배법회”를 성대히 봉행했다.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살찌는 설 명절을 맞이하여 온 겨레가 다 같이 쇠는 설 차례에 이름에도 반듯하게 들어 있는 차(茶)를 쓰지 않고 술을 쓰는 풍토를 바로잡기 위하여 20년 넘게 해 온 명절차례 캠페인을 통해 개인이 가진 종교나 전통과 관계없이 “차례에는 차를 올려야 한다”는 차례의 이름값에 걸 맞는 조상 추모와 감사 의식의 정례를 불자들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술 대신 차를 올리는 차례의식으로 합동차례를 올리고 있는 모습.
이번 행사는 제1부 합동차례, 제2부 세알세배 의 순서로 진행했다. 법현 스님은 전 국민이 차례를 지내면서도 실제 차례 올릴 때 차를 쓰지 않고 술을 쓰는 것을 바로잡아 차를 쓰도록 하기 위해 90년 머리부터 차례에는 차를 올려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97년도에는 천중사에서 제1회 불교식 차례시연회를 개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조계종에서 발간한 법요의식집과 여러 사람이 발행한 의식집 및 의식해설서 그리고 각종 의식관련 논문과 다도서적에 인용되고 있다.
2005년도에는 학술적으로 고찰하여 보조사상연구원 정례세미나에서 발표하기도 하였다. 법현 스님은 또한 불교의 모든 의식이 스님 중심으로 진행되고, 한문과 인도어로 되어 있는 현실을 개선해서 누구나가 시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의식의 한글화 일원으로 한글의식을 불자들 스스로 진행하는 의식으로 구성해서 시연해오고 있으며, 불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법현 스님에 의하면 흔히 다도(茶道)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 ‘충담스님(忠談師)의 미륵부처님께 차올리기’가 바로 차례(茶禮)의 비롯이며, 우리나라의 전통종교와 사상인 불교와 유교가 모두 다 차례를 아주 중시해 오고 있다는 점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특히 근래에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보다도 300여년 앞선 차시를 남겨 다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재공(寒齋公) 이목(李穆) 선생이 조상님께 지낸 제사 홀기(笏記)에서 “국을 내리고 차를 올렸다(撤羹奉茶)”는 내용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종교와 사상의 차이에 관계없이 제사와 차례에 차를 썼음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의식이 다르다(家家禮)”는 이야기처럼 전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위패 쓰는 것이나 상차리기는 자유롭게 하고 집안인 종교의 전통을 따르되 조상님을 위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알세배는 스님, 어르신 등이 차례로 세배를 받는 의식으로, 세배를 받은 후 어른과 후손들이 서로 과거형 덕담을 주고 받는 전통의식이다.
제2부 세알세배 차례에서는 스님을 비롯한 동참자 모두가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나서 전 대중이 스님께 세배를 드리는 의식을 진행했다. 이어서 70 이상의 웃어른께 대중이 세배를 올리고, 50이상의 어른들이 70 이상의 어른들과 함께 앉으면 그 아랫사람들이 합동세배를 올리면서 차례적으로 모두가 세배를 올리는 의식이다.
이때 법현 스님은 세배와 덕담의 바른 시행을 위해 덕담도 하고 세뱃돈도 나누어 주었다. 스님은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셨다지요?”하고 다소 어색하지만 전통예법에 맞는 덕담을 건넸다. 법현 스님에 따르면 ‘덕이 있는 웃어른이 덕을 키우려는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 덕담이요, 그 덕의 물질적 표시가 세뱃돈’이라서 웃어른이 해야 예절에 꼭 맞는 것이다. 그래서 웃어른께 세배를 드린 뒤 꿇은 채 기다리면 어르신께서 덕담을 하시거나 세뱃돈을 주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그런 경우에는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셨다지요?”하고 과거 확인형으로 해서 강력한 의지가 담긴 청유가 되도록 하는 덕담을 하는 것이 올바른 덕담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어른들도 희망을 담아서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았다지? 결혼하였다지? 합격했다지? 취직했다지? 수행성취 하였다지?”라고 하는 것도 좋다.
이는 근래에 발견된 숙종임금이 보낸 한글 편지에서도 확인된다. 숙종의 편지에는 집안 어르신의 쾌차를 기원하는 의지가 담긴 내용이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그 편지에 “새해에는 쾌차하셨다지요?”하고 쾌유가 이미 진행된 것처럼 묻는 편지가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