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초기 이용객은 불교계가 70%, 일반 이용객이 3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일반 이용객이 60%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일부 기업과 단체에서 ‘불교’에 거부감을 느껴 계약 단계에서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적 선입견을 없애 일반인들의 연수원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칭 변경이 필요했다.”

전통불교문화원 원장 초격 스님이 명칭변경의 불가피성을 10월 29일 공표했다. ‘불교’를 빼고 ‘한국문화연수원’(이하 연수원)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바뀌었음을 언론을 통해 밝힌 것이다. 한마디로 이름에서 불교를 빼는 대신 수입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불교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낀 일반 이용자들의 연수원 이용률을 끌어 올려 안정적 운영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초격 스님은 “한국문화연수원은 명칭을 바뀌면, 그동안 종교적 색체 때문에 거부감을 가졌던 기업체와 단체 등 일반 이용률이 높아지고 불교문화프로그램연수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통계에서 보면 일반인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불교문화프로그램 연수인원도 동반해 늘었다는 것이다.

전통불교문화원의 명칭을 한국문화연수원으로 바꾼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한국문화연수원 원장 초격스님.


초격 스님은 지난 2009년 6월11일 개원한 이래 전통불교문화원을 찾은 이용객은 설립 첫해 6,541명에서 2010년에는 16,032명, 2011년 28,084명, 2012년 28,525명으로 점차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18,925명이 이용했다. 초격 스님은 “그러나 설립 후 1년 만에 이용객이 269%나 늘었지만, 2010년 이후 올해까지 이용객은 17% 정도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연수원은 명칭 변경으로 인한 내년 이용객 목표를 최대 4만 명으로 잡아 올해 대비 25% 이상 늘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수입액은 2011년 17억 원에서 2014년에는 21억 원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명칭변경으로 연수원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자비구현을 좀 더 폭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불교’로 고정화하기보단 일반인들과 불교적인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방식도 중요하며, 일부의 염려와 우려는 잘 알고 있는 만큼 불교적 자존심을 잃지 않고 운영하도록 더욱 숙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초격 스님은 또 “세종시로 정부 청사 등 기관이 옮겨오면서 워크숍과 각종 회의를 할 장소를 찾는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특히 특정종교 명칭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교육과 교육장 등 주변 환경에서 불교적 가치를 충분히 녹여낼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초격 스님은 “명칭 변경은 또한 종단에 이익을 주는 연수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수원이 종단의 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었지만 연간 20억 원의 수입 규모를 33억 이상으로 끌어 올려 종단 연수를 무료로 전환하고 종단에 이바지하는 조직으로 가꿔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명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동국대 불교병원이 동국대병원으로 바뀌고, 불교미술학과가 미술학과로 흡수되고, 불교아동학과의 명칭에서 불교를 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자랑스러운 명칭 ‘불교’가 점차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