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개발과 보존’, 그 갈등의 주인공이 아니다. 윈윈(Win-Win)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 문화재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곧 우리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문화재청 주최로 8월 9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체계적 관리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이 이같이 주장했다.
고궁박물관에서 개최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체계적 관리 방안' 공청회 주제 토론 모습
현행 문화재법에서는 지정문화재 외곽경계 기준 500m 이내를 ‘현상변경허가구역’으로 정하고 개발 시 현상변경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층수 및 높이를 중심으로 관리해 현상변경허가구역이 끝나는 시점부터 고층 건물로 둘러싸이는 등 역사문화경관 조성에 부작용이 발생해왔다. 또 타 제도와 중복 규제되는 경우가 많아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획일적인 거리범위 설정으로 문화재 특성에 맞는 역사문화환경 관리가 어려웠다. 도시계획과 문화재보호와의 정합성이 부족해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가중돼온 것이다.
채 센터장(우측 사진)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행위 규제를 객관화·표준화하고 전문가의 토지이용규제심의 과정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토계획법의 역사문화환경지역 세분명칭 체계를 확립하고 문화재의 보존가치에 따라 역사문화환경관리를 차별화해야 한다”며 “세계문화유산이나 궁궐 같은 주요문화재에 대해서는 1~4km까지 경관유도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행 문화재 건물 높이(7.5m)에서 지정되는 양각 기준을 사람의 눈높이(1.5m)로 바꾸고, 조망점 역시 현행 중점문화재 한 군데에서 3개 이상의 조망지점을 선정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센터장은 효율적 운영과 지속적 관리, 역사문화경관의 질을 제고해 미래지향적 역사문화자산 관리체계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기준의 관리체계 구축을 시금석으로 국토의 문화 품격을 높이고 국제적 문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제 토론에 나선 김태식 연합뉴스 부장은 “문화재보호법으로는 개선할 수 없나?”라고 묻고 “국토해양부나 개발 강자에 문화재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소현 서울대 교수는 “무턱대고 희망을 전제하는 것은 견제해야 한다”며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근본 원인을 밝혀 각각의 구체적 실행주체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가 후속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헌덕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역시 “행정적 주체는 누가 할 것인지, 실제 행위에서 부처 간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현찬 단국대 교수는 “문화재 유형별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세분화되면 구별·관리가 어렵다”고 꼬집었고,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구역, 지구, 지역 등 용어가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현상변경허가제도와 도시계획과의 조화를 통해 토지이용규제의 투명성과 문화재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에 관련 연구를 위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