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동물’이다. 매년 여름 상상을 초월한 작품들을 전시해 큰 호응을 얻어온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이 올 여름 ‘미술과 놀이展’기획전시를 선보였다.
지난 7월 27일 한가람미술관 2·3층 제3·4·5·6전시실에서 막을 올린 ‘미술과 놀이展’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카미유 생상스의 곡 ‘동물의 사육제’를 주제로 8월 26일까지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기획전시전에는 양태근, 이경미, 새람, 강성훈, 조영철 등 동물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17명의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들 작가들은 ‘동물’을 소재로 △생태환경 △자아 △꿈 등을 감각적인 터치로 표현 했다.
전시회 출품작들 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양태근 작가의 ‘불안정한 생명’시리즈. 양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훼손되고 희생당한 자연과 동물에 주목했다. 그는 흙과 낡은 고무 등의 재료로 동물을 만들어 신체 일부분에 식물을 심어놓았다.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돼 존재한다는 ‘인드라망’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동물의 몸을 빌어 자라는 식물과, 식물이 있어 비로소 완전한 모습을 갖추는 동물. 동물과 식물의 연결고리는 자연이고, 인간도 결국 자연의 한 부분임을 상기시킨다.
'미술과 놀이展'에 전시된 양태근 작가의 작품. 동물과 식물 등 뭇 생명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현대문명은 끊임없이 발전하는데 동물이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양태근 作
인간이 사용하는 용기(用器)에 동물의 얼굴을 새겨놓은 이경미 작가의 작품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동물을 단지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한 이 작가의 작품 ‘당신은 나를 가질 수 없어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용기에 새겨진 동물과 내가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경미 作 '당신은 나를 가질 수 없어요'
바람의 형태를 한 말(馬)일까 말의 형태를 한 바람일까? 강성훈 作
이밖에도 바람과 동물이 하나된 모습(Windmal)을 연출한 강성훈 작가의 작품들과 현대인들의 표면과 이면을 ‘말(馬)’을 통해 표현한 작가 새람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김윤조 예술의 전당 큐레이터는 “동물은 예로부터 건축·음악·미술·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 영감이 되어왔다”며 “상식에서 탈피해 동물을 바라본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색다른 체험을 하길 기대 한다”고 밝혔다.
시종일관 재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술과 놀이展’. 태고 적부터 현재까지 인간과 지근거리에서 살아온 동물들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작가들의 고단한 작업이 빛을 발하고 있다.
한해 10만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우리사회. 아직도 동물을 인간의 장난감으로, 인간이 마음대로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인간’들에게 ‘미술과 놀이展’을 추천한다.
일반 8000원/ 학생 및 청소년 5000원. (02)580-1300
손으로 만든, 혹은 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핸드메이드 Hand made' 백조. 서 할 作
'옷'을 이용해 다양한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 낸 윤종석 작가의 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