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열반 후 불제자들이 최초로 결집한 경전이자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 등 이른바 4아함으로 분류되는 ‘아함경’의 편제를 완전히 해체한, 주목할 만한 불서가 나왔다. 명쾌한 논리로 학술과 실천불교 운동에 매진해 온 학담 스님의 신작 〈학담평석 아함경〉(한길사)이다.

학담 스님은 기존의 4아함 대신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의 큰 틀로 아함경을 재구성했다. 아함경의 편제를 완전히 바꾼 것은 불교 역사상 처음이라 함직하다. 더구나 원고만 4만여 매, 전 12책 20권 분량의 장대한 출판불사이다. 8월 19일 종로에서 학담 스님(사진)을 만났다.

“화엄종이 아함경을 보던가? 화엄종은 아함경을 할 수 없다. 안 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한다. 종판과 교판의 구분이 있어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기존 법으로는 부처님의 뜻을 알 수 없어 전체 편제를 재구성했다.”

학담 스님은 편제 재구성의 연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장로들이 같은 말끼리 모아 이론적으로 편집한 것이 잡아함이고 숫자로 모은 것이 증아함”이라며 “나는 이 책에서 선, 수행법, 열반 등의 내용을 사상적 시각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오온이든 18계든 법을 듣고 깨달아서 귀의하는 것은 ‘귀명장’에, 삼보에 대한 믿음이 들어가는 내용은 해당 삼보장에 소개되는 것이다.

4년을 집필하고 2년간 편집해 세상에 선을 보이는 책이지만 이 파격적인 아함경의 싹은 1980년 학담 스님의 해인사 선방시절부터 움트기 시작했다. 스님은 “1980년 해인사 선방에서, 아함경을 읽지는 않되 ‘12처’라는 말을 듣고 화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홀연히 깨우쳤다”며 “그 때부터 불교를 아함부터 화엄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리라는 원력을 세웠다”고 말했다.

스님은 “모든 대승불전의 문자반야는 아가마(아함)에서 여래가 맨 처음 열어보인 교설의 확대 부연이므로 대승은 아함으로 읽고, 아함은 대승에서 다시 풀이한 뜻으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학적 입장이 나의 확신이고 이 책을 편집한 기본 관점”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내가 출가해서 10여 년은 선방에 있었고, 이후 이른바 사회운동에 참여했으며 90년대에는 불교개혁운동에 참여했다. 주위에서 내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만 나는 원래 부처님 법인 선(禪)이라는 근본 강령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선과 중생을 위한 행은 하나로 보야 한다. 선을 단순한 명상이나 고요함으로 봐선 안 된다. 행과 둘이 아닌, 보시와 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에서 탄생한 〈학담평석 아함경〉12책의 아함경으로 구성됐다. 1책 ‘연기법의 믿음과 우러름’은 귀명장에 해당한다. 2책 ‘붇다의 생애’, 3책 ‘붇다의 진실과 보디의 길’은 불보장에 해당하고, 4책 ‘연기법의 언어’, 5책 ‘아함경의 비유’ 6책 ‘시대철학과 연기법의 진리’, 7책 ‘연기법의 세계관과 실천관’, 8책 ‘선과 니르바나’는 법보장으로 분류됐다. 9책 ‘상가와 출가수행’, 10책 ‘상가의 아란야와 출가수행자’, 11책 ‘출가의 길과 세간생활의 도’는 승보장에 해당되며, 12책에는 ‘아함경 독해의 길잡이’를 담았다.

학담 스님은 “오늘 남북분단 동서냉전의 정치상황과 온갖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각종 재난사고가 이어지는 사회현실에서, 아함경은 시대고를 해결할 지혜의 눈을 줌으로써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상과 정신의 자량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학담 스님은 오는 8월 29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학담평석 아함경〉출판기념식 및 축하리셉션을 연다. 출판기념식에는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고 은 시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학담평석 아함경｜한길사｜전12책｜세트44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