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는 자기계발서 열풍이었다. 성공한 삶을 살아왔다 자처하는 이들이 자기처럼 성공하는 방법을 일러놓은 책들이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유혹했다. 자기계발을 통해 성공을 하라고 조언하는 책들은 그러나, 현재 당신(독자)은 성공하지 못한, 무능하고 ‘계발’이 덜 된 미완성의 인간이라고 말하는 듯 한 피로감을 안겨주기 십상이었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어 한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아 승진하고자 한다. 학생이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가정주부조차 옆집 아줌마보다 더 능숙한 ‘살림의 여왕’이 되어야 한다. 내일이 항상 오늘보다 나아야 하고, 더 행복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어느 순간 자신을 형편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기혐오에 빠지고, 스스로 납득하고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만족은 잠깐이고 ‘그보다 더 나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쳐간다. 당신은 이렇게 더 나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강요당해 어느새 자신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인생이 그렇지는 않은지 돌아볼 시점이라면, 있는 힘껏 발돋움하고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편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고 그대로도 괜찮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절실한 때다.

<생각 버리기 연습>, <화내지 않는 연습> 등의 저서를 펴내며 현대인에게 필요한 충고를 부처의 말씀을 빌려 전해온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연습>(더난출판)을 가지고 찾아왔다.

류노스케 스님은 이 책을 통해 “현실에 맞지 않는 쓸데없는 노력을 멈추고, ‘좀 더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는 대신, ‘지금의 나에게는 이러이러한 모습이 있어’라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욕구를 불교에서 ‘유애(有愛)’라고 부르며, 이것이 인생에 가장 큰 괴로움을 주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항상 다른 사람이 되려고 무리하게 노력하는 탓에 언제나 긴장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는지 타인의 평가로부터 확인하고자 한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이나 말을 과도하게 신경 쓰게 되어서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연습>은 불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선인들과 현자들의 지혜를 엄선해서 담았다. 최초의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와 <법구경>등 불교 관련 고전과 <채근담>, <노자> 등 동양의 고전을 아우르며, 달라이 라마 14세, 틱낫한 스님 등 현 시대의 현자라 불릴 만한 스님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또한 고대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아우렐리우스부터 라캉, 피아제 등 심리학자들의 이론까지 두루 살펴 현대인이 겪고 있는 고민거리들에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조언을 들려준다.

저자는 ▲1장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2장 ‘정신적 자급률 50퍼센트를 권함’ ▲3장 ‘너무 애쓰지 마라’ ▲4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 총 네 장에 걸쳐 독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연습’을 돕는다.

류노스케 스님은 “불교에서 사례를 들자면, ‘애별리고’와 ‘원증회고’가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는 함께 있을 수 없어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과는 같이 있어야 해서 괴롭다’는 뜻이다. 여기서 괴로운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해서 괴롭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싫어하는 사람과 있어서 싫은 느낌이 들면 그것을 없애려고 하면서 더욱 괴로워지는 것”이라며 “어떤 것에 집착하지 말고 그저 ‘나’라는 필터를 빼고 관망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타인에게 의존하면 할수록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잃어버려 괴로워지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의존율을 50% 이하로 줄이고,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자급률을 최소 50%로 늘리라는 부분은 ‘자존감 결여’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귀담아 들을만한 조언이다.

최근의 많은 심리학 서적과 자기계발서들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주제로 한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대부분 인간관계의 문제를 타인의 심리 측면에서 분석하고 나서,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반면 <있는 그대로의 연습>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타인보다는 자기 내면의 집착, ‘나’라는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생겨나는 ‘타자’의 존재,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본능 등, 나의 마음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며 위로해주고, 가장 현명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타인을 바꾸려 하지 말고, 다른 나 자신을 만들려고 괴로움에 빠지지도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나를 바꾸라고 채찍질하는 자기계발서들 때문에 오히려 더 괴로워진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전혀 새로운 해결책, 자아를 초월한 무상(無常)의 치유법을 전해줄 것이다. 262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