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참을 통한 대중선을 주창하며 저잣거리에서 생활선과 보살만행을 펼치고 있는 설우 스님이 〈선요, 선사의 체험으로 풀어내다〉(조계종출판사) 상·하권을 펴냈다. 지난 6월 발간된 〈무비 스님의 증도가 강의〉에 이은 조계종출판사의 두 번째 조사어록이다. 조사어록은 수행가풍을 중시하는 조계종의 종지에 부합하는 소의 경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발간의미가 크다.
〈선요〉는 중국 원나라 때의 선승인 고봉 스님의 어록으로, 간화선 화두 수행을 실참하고 깨달은 체험을 바탕으로 조사선과 간화선의 요체를 설했다. 과거 전통강원의 이력과목 중 사집(四集)의 한 과목인 참선수행의 지침서이다.
그간 〈선요〉에 대한 역해서와 몇몇 스님들의 강의가 있었으나 주요 본문 내용에 대해 그 전거를 밝히고 수많은 예화와 비유를 통한 강설서의 발간은 최초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우 스님의 〈선요…〉는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수행지침서이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큰 지남이 될 것이다.
설우 스님은 고봉어록 상권의 내용 72편 가운데 개당보설(開堂普說)을 시작으로 양산화상에게 답한 편지 등 모두 29편의 법문을 발췌, 수록했다.
특히 설우 스님은 1971년 입산 후 제방선원에서 35안거를 성만하고 승가고시위원, 승가청규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기본선원 교선사인 선원장급 스님으로서 지난 40여 년의 수행과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선요〉를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한다.
공부가 좀 덜 됐을 때는 옳고 그른 것이 있고, 시비가 있고, 깨끗한 것이 있고, 더러운 것이 있고, 성인이 있고, 범부가 있는 등 이렇게 분별을 나누고 할 말이 많아지는데, 공부가 제대로 되면 그것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하권, 84쪽)
선방에서만 선이 살아 있고, 일상 가정에서 밥 해 먹고 청소하고 가족과 대화하는 것은 선이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 선이고, 거기서 살아 있는 선을 해야 하는데 건너뛰어 버립니다. 건너뛰는 것이 심하다 보니까 부부간에 문제도 생기고 가족 간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선 공부는 내 가정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현실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선을 잘하기 위해서 가정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도된 것입니다.(하권, 327쪽)
이것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왜 공부하느냐? 일상생활에서 나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하고 이웃도 행복하고, 그 힘이 더 커지면 사회에 참여하고 이렇게 법을 잘 쓰고 마음을 큰 틀에서 쓰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하권, 329쪽)
우리는 보통 환경이 달라지면 내가 바뀌고, 사회가 좋아지면 내 살림살이도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밖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내 생활, 행복감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가르침은 다릅니다. 세상이 바뀌어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바뀌는 것입니다. 선은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바꾸는 것입니다.(하권, 369쪽)
설우 스님은 책 전반을 통해 ‘무심과 평상심, 깨달음과 보살만행, 정과 혜, 지혜와 자비’라는 관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어 자칫 편견과 오류에 빠질 수 있는 수행의 문제를 균형과 조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스님은 〈선요〉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참선(參禪)은 문자를 세우지 않으며 닦아 증득함을 빌리지 않음을 종지로 삼는다”고 했다. 『선요』의 첫 구절이다. 이 첫 구절에 우리가 왜 불교를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믿음으로 인해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오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 있다. 부처님께서 45년간 많은 법을 설하시며 드러내시고자 한 종지도 이 글귀만 잘 알면 이해할 수 있다”고 전한다.
선요, 선사의 체험으로 풀어내다 上·下｜조계종출판사｜각 374쪽｜1,6000원(각 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