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의 정확한 명칭은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이다. 유마힐은 주인공인 거사로서 리차비족의 수도인 베살리에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부호라고 하나 실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경은 3회 14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마거사가 병으로 앓아눕자 부처님께서 지혜 제일인 사리불을 비롯하여 가섭·수보리 등을 병문안 가게 권하지만 그들 모두 유마거사의 높은 법력이 두려워 문병가기를 꺼린다. 결국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병문안을 가게 되는데 유마거사와의 대화에서 문수보살은 대승의 깊은 교리인 불이(不二)법문을 유마거사의 침묵을 통해 깨우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유마경’은 또한 유마가 본래 병이 없지만 중생들이 병을 앓기에 보살도 병을 앓는다고 설명하여 중생들과 동심일체가 된 보살의 경지를 나타내었으며, 유마거사 가족들의 소재를 묻자 지혜가 아버지이고 방편이 어머니라고 하여 유마거사가 이미 대승보살의 최상의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경전 성립 당시의 재가불자들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이 경에 대한 한역은 7가지가 있었다고 하나, 현존하는 것은 3가지로 지겸(支謙) 역의 《유마힐경》 2권, 구마라습 역의 《유마힐소설경》 3권, 현장(玄奘) 역의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6권이 있다.
‘유마경’은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가 부처의 경지에 오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대승경전의 ‘완성태’라고 할 수 있다. 유마경 해설서는 그동안 숱하게 많이 출간됐다. 따라서 유마경 해설서 한 권이 더 나왔다는 것이 눈길을 끌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재가 법사로, 재가 수행자로 널리 알려진 무심선원 김태완 법사가 재가거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마경을 번역해 주석을 붙인 해설서 <</SPAN>유마경>(침묵의향기>를 펴냈다. 김태완 원장은 엄밀하면서도 쉬운 말로 번역하고 풍부한 주석을 붙인 이 책은 당나라 현장이 한역(漢譯)한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을 원전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태완 법사가 현장 번역본을 택한 것은 티베트어본과 내용이 가장 유사하며 산스크리트어 원본에 가장 충실한 번역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마경은 재가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재가불자들에게는 그 내용을 이해하고, 하지 못하고를 떠나 친근감을 주는 경전이다.
유마경은 두루 알려진 것처럼 철저히 불이법문(不二法門)을 가르치는 경전이다. 불이중도를 통한 해탈의 길을 탁월한 통찰력과 논변으로 설하며, 불이중도란 무엇인지를 좌선, 설법, 출가, 묘한 깨달음 등 다양한 경우를 대입하여 자세히 설법한다. 그리하여 결국 불이중도란 이 세계 자체의 본질임을 알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간다.
유마경에서 소승의 수행자들은 나쁜 것을 버리고 좋은 것을 취하는 형태의 수행을 함으로써 불법을 실현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중생을 버리고 부처가 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분별하여 취사선택하는 행위이므로 불이법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유마힐 거사는 이들의 견해가 불이중도인 불법과는 어긋남을 밝히고, 어떤 것이 불이중도의 참된 불법인지를 많은 예를 들어 낱낱이 설파한다.
이들의 소승적 견해는 오늘날 대다수 수행자들이 번번히 범하는 오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안목이 바르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노력 역시 과녁을 벗어나므로 무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법 공부의 핵심은 바른 안목을 갖추는 것이며, 유마경은 불이중도를 분명히 깨닫도록 돕는 최고의 지혜경전이다.
주로 선어록을 비롯해 선과 관련한 저술을 편찬한 김태완 법사의 유마경 해설은 어떤 맛을 지니고 있는지, 이 여름 그 맛을 맛보시기 바란다.
*저자 김태완 법사는?
무심선원 원장이다. 저서 및 역서에 《마조어록》 《달마어록》 《육조단경》 《황벽어록》 《간화선 창시자의 禪》(상,하) 《선으로 읽는 금강경》 《선으로 읽는 반야심경》 《선으로 읽는 신심명》 《선으로 읽는 대승찬》 《바로 이것!》 《참선의 길잡이》 《조사선의 실천과 사상》 《선문염송 염송설화》《대혜보각선사어록》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