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난세는 종교가 태동하기 ‘딱 좋은 때’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은 사회가 어지러울수록 종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았다.

마음과 정신이 혼미하고 복잡할수록 종교에 의지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를 찾아 의지하고 믿고 섬기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민중 또한 이에 부응하여 지도자를 선택하고 개혁을 원하며 따르게 된 것이 종교로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 이 땅에서 종교를 만들 사람들과 그 생생한 민족종교의 흐름을 찾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SPAN>시대를 이끈 창종자>(참글세상)이 출간됐다.

이 책에 나타난 창종자들 역시 구한말의 혼란기를 겪으며 무엇인가 찾으려고, 민중을 위해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온갖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하나의 종교를 만들었다. 한국 창종자들에 대해 쓴 이 글들은 종교적 관점이나 해석보다 역사 속에서 인간의 자각과 실천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을까를 탐구하는 관점에서 쓴 것이다. 대부분은 역사자료와 종교 경전을 토대로 전문학자, 종교인과 직접 인터뷰하여 기술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종교에서부터 건재하게 살아있는 종파들의 창종자들을 고증과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증산교, 통일교, 천도교, 원불교를 비롯하여 진각종 등은 현재에도 교세를 확장하며 종파로서의 위상을 충실히 다져 나가고 있다. 그 외 대종교, 보천교, 갱정유도 등 다른 종교들도 미미하지만 명맥을 유지하며 나름대로의 종교로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는 아직도 그런 종교적 주장들이 남아있고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가고 있다. 더러는 종교적 가르침을 유사과학이나 비즈니스로 교묘히 감추고 사람들의 정신적인 공백에 다가서고 있다. 사회가 병들수록 종교의 반사회적 행태들은 깊어간다. 더욱이 합법적 사업의 탈을 쓰고 신자들의 재산을 갈취하거나 물품 강매를 유도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종교로 볼 수 없으며 구원의 탈을 쓴 악일뿐이다.

위기의 시대, 종교의 시대 구한말 이 땅의 모순은 이 땅의 종교를 만들어냈다. 더러는 외래 종교의 뿌리에 우리의 가치를 접목하기도 했고, 어떤 것은 민족의식의 심연에서 싹을 틔우기도 했다. 이상세계의 새로운 꿈을 보였다는 증산교의 강증산,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전면에 내세운 대종교의 나철, 교파를 초월한 새로운 천주통일국을 세우려 했던 통일교의 문선명,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주창한 원불교의 소태산 박중빈, 사람이 하늘이라고 외쳤던 동학 최제우, 깨닫고 참회하고 실천하라며 밀교종단을 창립한 진각종의 손규상 등이 소개되어 있다. 240쪽 13,800원


*저자 김 천은?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공부했다. 한국방송 방송작가를 거쳐 불교텔레비전 제작 프로듀서로 일했다.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각종 매체에 종교와 문화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다. 저서로 ‘행복한 사람들’ 공저로 ‘불교상식백과’가 있고 영화 ‘동승’의 시나리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