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선이 전래되는 과정, 구산선문의 성립과 종파의 융성, 조계종의 성립과 전개, 임제종의 융성과 고려말 삼사(三師)의 선사상 등을 다룬 책. 한국선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선사들과 사상의 흐름을 핵심만 간추려 간략하게 엮은 입문서 〈간추린 한국선사상사〉(운주사)가 발간됐다.

1990년대 이후 한국 불교학계는 이전 시기에 비하면 양적·질적인 면에서 그야말로 괄목할 정도의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외서, 특히 일본의 번역서에 의존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구 결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불교사 부문이 특히 그렇다. 불교사 중에서도 사상사 영역은 더하다. 그러니 ‘선’사상사 부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기획되었다. 그것도 초심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애초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사를 기획하였으나, 관련 연구들의 부족으로 부득이 고려시대까지 한정하고, 조선시대 이후는 훗날의 연구로 미루었다.

초심자를 대상으로 하였기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과 핵심 사상만을 간추렸다. 선의 전래부터 고려 말까지 한국선이 어떤 흐름 속에서 형성, 발전되어 왔는가를 주요 인물들의 생애와 저서, 사상적 특징 등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분량면에 있어서도, 한눈에 읽어나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양을 줄였으며, 다만 전문가들을 위해서 한국선사상 관련 논문 목록을 부록으로 첨부하였다.

제1장 ‘선의 전래와 구산선문의 성립’에서는, 한반도에 최초로 선을 전래한 법랑과 신행, 지덕, 그리고 정중무상의 활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으며, 아울러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걸쳐 형성된 구산선문에 대해 그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구산선문에 속하지 않았던 요오순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제2장은 ‘구산선문의 전개와 종파의 융성’으로, 이는 시기적으로 10세기부터 11세기 말에 해당한다. 구산선문이 형성될 당시는 대부분 홍주종 계통이 주를 이루었으나 달리 위앙동, 조동종 계통도 유입되었으며, 특히 법안종을 공부하는 승려들이 많았다. 11세기에 활약한 의천은 송에 유학한 후 해동 천태종을 개창하는데, 이후 천태종은 선종을 흡수하면서 대표적인 종파가 된다.

제3장은 ‘조계종의 성립과 전개’인데, 12-13세기의 시기로, 고려 중기에 해당한다. 천태종의 영향으로 점차 쇠퇴하던 선종이 조계종으로 재편되며, 중국과의 교류 확대와 인쇄술의 발달로 중국선의 영향이 더욱 강화된다. 특히 보조지눌과 제자인 진각혜심에 의해 간화선이 도입, 정착되면서 한국선에서 간화선이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이자현, 묵암탄연, 봉거학일 등의 활동과 위앙종, 조동종의 선풍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제4장은 14세기, 즉 고려 말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원의 직접 지배기에 해당하며, 따라서 원나라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불교의 타락과 세속화가 극에 달했던 때이다. 그런 중에도 그 경지를 크게 드날린 이들이 있으니 여말삼사(麗末三師)라 불리는 태고보우, 나옹혜근, 백운경한이다. 여기서는 그들의 사상과 활동, 저서 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있다.

부록에서는 한국선사상과 관련된 논문들의 주제를 시대별로 나누고, 이를 학위논문과 연구논문으로 구분 조사하여, 해당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초 자료로서 도움을 주고 있다. 214쪽, 10,000원


*저자 정영식은?

부산대학교 철학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HK연구단 연구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한국간화선의 원류〉, 〈고대 한국과 일본의 불교문화〉(공역), 〈천복승고·각범혜홍 그리고 보조지눌의 삼현문 해석〉, 〈종경록이 진각혜심에 미친 영향〉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