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조계종 중앙종회가 종단 내부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조계종 종회의장 향적 스님은 1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의장단과 상임분과위원장, 재정분과위원회를 소집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종회의장 향적 스님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종교인 과세에 대한 종도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세무·세금관계에 대한 대처법을 논의하고 숙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간담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간담회는 세무법인 삼성 대표이사 한명로 세무사의 ‘사찰과 스님의 과세방안에 대한 고찰’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 세무사는 △현행 소득세 과세체계 △우리나라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제도 현황 △외국의 종교인 과세 현황 △천주교 신부님들이 납세 현황 등을 설명하고 우리나라 불교에서의 과세대상 판단에 대해 분석했다.



조계종 의장단 스님들이 한명로 세무사의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미국·독일·캐나다 등 선진국, 종교인에 조세 부과

우리나라 천주교는 1994부터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한 세무사는 먼저 “현행 소득세법은 개인을 1년 단위로 해 소득을 종합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며 “우리나라 종교단체를 포함한 비영리단체의 기본적인 수익원인 기부금이나 불사금에 대해서는 비과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세무사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국민개세주의에 입각,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종교인에게 조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세수입 증대보다는 성직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며 은퇴 시 사회보장기금을 지불하고, 독일의 가톨릭 등 교회의 성직자들은 공무원과 유사하게 국가로부터 매월 급여를 받고 국가는 급여 지급 시 세금을 원천징수 한다.

캐나다는 개인에 대한 과세 제도를 성직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 및 사례 등을 소득세로 신고납부 하고 있으며,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성직자의 소득세에 대한 법 규정이 따로 없어 일반적인 소득세 신고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성직자가 면세점 이하로 신고해 실제로 과세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 결정에 따라 모든 천주교 성직자들의 월급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천주교 16개 교구 가운데 규모가 작아 근로소득세 과표 미달인 3개 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는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 것이다.

“스님에게 지급된 인건비가 종교인 과세문제 핵심”

“‘활동비’라면 비과세…불사금 투명성 위해 소득신고 필요”

이어 한 세무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경우 사찰에 시주되는 불사금이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에 따라 과세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사찰의 지출내역을 △일반 운영비 △인건비 △차입금 △분담금 등으로 구분했다.

한 세무사는 “이처럼 불사금은 주지 스님 등 개인에게 귀속되는 소득이 아니라 사찰 대표자(주지)로서 기관의 지출행위를 대신한 것이니 사찰 사업 수행 시 수탁사업자로부터 세금 계산서만 제대로 수취하면 과세 된다”면서도 “사찰에서 하는 모든 사업이 면세가 된다는 인식전환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세무사가 문제로 지목한 것은 ‘인건비’였다. “주지 스님이나 일반 스님에게 인건비가 지급되는 것이 종교인 과세문제의 핵심”이라 설명한 한 세무사는 “그러나 지급된 것이 ‘활동비’ 성격이라면 이는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가족이나 소유주택이 없기 때문에 각종 공제금액이 없어 일반 근로자는 면세점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과세대상이 돼 소득세를 납부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세무사는 마지막으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고, 불사금의 투명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스님에게 귀속되는 모든 수입금을 소득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종회의장 향적 스님과 수석부의장 정묵 스님, 차석부의장 법안 스님, 재정분과 성월 스님, 사회분과 대오 스님, 중앙종회 비구니회장 일운 스님 등이 20여 명이 참석했다.